땅집고

임시완 연기 보고 통쾌했는데…드라마 속 세무조사의 비밀

뉴스 글-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입력 2022.02.20 10:19

[박영범의 세무톡톡] 드라마 ‘트레이서’ 속 임시완처럼 세무조사하면 절대 안된다?

[땅집고] 최근 국세청이 탈세자를 응징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트레이서'가 시즌 1 방영을 종료했다. /MBC캡쳐


[땅집고] “누군가에게는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

지난달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국세청이 탈세자를 응징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트레이서’가 등장해 최고 시청률 10.4%로 시즌 1을 마쳤습니다. 주인공 황동주(임시완)가 아버지 복수를 위해 국세청에 들어와, 중앙지방국세청 조세 5국 조사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황동주가 국세청의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탈세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내용이라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극중 임시완이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이 눈에 띕니다. 드라마는 국세청이 탈세 혐의만 있으면 조사업체에 마음대로 들어가 서류를 찾아 압수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요. 이는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과장한 겁니다. 현행 국세기본법과 조사사무처리 규정이 조세 조사에 착수할 때 지켜야 할 사항들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드라마는 완전 동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땅집고] 드라마 '트레이서' 속 임시완처럼 세무조사팀장이 마음대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일은 없다. /조선DB


‘트레이서’에서는 세무조사팀장이 마음대로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것처럼 묘사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사팀장에게 이런 권한이 없어요.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이 ▲조사유형 ▲조사대상자의 업종 ▲규모 및 조사업무량 등을 고려해 적정한 인원으로 조사팀을 편성하기 때문입니다.

세무조사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트레이서’에선 세무조사 기간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요. 업종과 난이도를 고려해 최대 약 60일 이내에서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간 수입금액 또는 양도가액이 100억원 미만(부가가치세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1과세기간 공급 가액의 합계액이 50억원 미만)인 중소규모 납세자라면 20일 이내로 더 짧아요.

[땅집고]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자에게 사전통지서를 조사 15일 전에 전달한다. /MBC 캡쳐


‘트레이서’에선 임시완이 세무조사 통지와 절차 없이 바로 조사에 착수하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조사개시 15일 전에 세무조사 대상자에게 알려줘서, 세무조사에 대응할 시간을 준답니다. 다만 조세범칙조사 또는 사전통지를 할 경우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고 사전통지를 생략한 뒤 조사를 시작할 수 있어요.

‘트레이서’ 속 임시완처럼 조사 사업장에 뛰어들어 서류를 찾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미란다 원칙’과 같이 조사 시작 시 준수 사항에 관련된 법 규정을 어긴다면 부실 과세 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자칫 납세자 보호 법 규정 위반으로 조사 직원이 중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세무 조사를 시작하는 조사직원은 반드시 납세자에게 신분증과 조사원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납세자권리헌장을 납세자에게 교부해 주요 내용을 낭독해줘야 하고, ▲조사 사유 ▲조사 기간 ▲권리구제 절차 등 납세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설명해줘야 합니다. 이후 납세자권리헌장 등 수령 및 낭독 확인서를 제출받아 조사 서류와 함께 보관해야 해요.

그리고 조사직원은 납세자와 세무 대리인(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과 함께 청렴서약서를 작성해 조사관서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땅집고] 실제로는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과정만 1시간 정도 걸린다. /MBC 캡쳐


이렇게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과정만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요. 이 과정이 끝나야만 세무조사를 본격 시작할 수 있어요. 이처럼 국가가 조사 착수과정을 상세하고 까다롭게 규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납세자는 성실하다고 추정하고, 자칫 국세청이 함부로 세무 조사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트레이서’는 악질 탈세자를 추적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임시완을 비롯한 드라마 속 조사국 직원처럼 납세자를 보호하는 법 규정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세무조사를 남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글=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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