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3월 분양을 앞두고 당초 3.3㎡(1평)당 최고 4000만원대로 예상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일반 분양가격이 평당 3200만~3300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일반 분양가 산정을 위해 책정한 토지비가 과도하다며 다시 검토하라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토지비 재감정 기간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일반 분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일단 부동산원이 재검토 결정을 내린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강동구청이 토지비 감정평가 절차를 다시 거쳐 결과를 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토지비에 건축비와 가산비를 합쳐 분양가격을 결정한다. 둔촌주공은 올 1월 토지비로 ㎡당 2020만원을 책정했다. 이 경우 토지분 분양가만 평당 약 23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래미안 원베일리’ 건축비가 평당 1469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둔촌주공 분양가는 평당 37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됐었다. 25평형도 대출 금지선인 9억원을 넘길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부동산원 지적 사항을 반영하면 토지비 하락이 불가피해 분양가는 평당 평균 3200만~3300만원, 25평형 기준 9억원 이하에 분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원 “주변 아파트 놔두고 신반포15차와 비교는 안돼”
둔촌주공은 역대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를 새로 짓는다. 이 중 4786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분양가는 지자체가 지정한 감정평가사를 통해 토지가격 감정평가를 받고, 이후 지자체장이 감정원에 감정평가의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는 과정을 거치고 건축비와 가산비를 합해 최종 결정한다.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강동구청에 회신한 ‘둔촌주공 토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를 통해 토지비에 영향을 주는 표준지 선정·면적 산정 등 대부분 항목에 대해 재평가 결정을 내렸다.
특히 토지 조성 비용을 계산할 때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비교 대상으로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주변 재건축 사업장을 놔두고 지나치게 먼 재건축 사업지와 비교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토지비는 표준지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한 가액에 인근에 유사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토지의 조성에 필요한 비용 추정액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원은 “인근에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되는 토지의 조성사례가 없다고 해서 원거리에 있는 ‘신반포15차’ 비용 추정액을 비교해 검토했지만 신반포15차는 둔촌주공과 가격 형성 요인이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원은 주변에 있는 길동신동아1·2차와 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 송파구 잠실에 있는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 재건축 등과 비교하는게 맞다고 봤다.
부동산원은 또 “둔촌주공 아파트 감정평가액이 종전자산가액과 비교할 때 19% 증액됐는데, 같은 기간 강동구 주거지역 지가변동률은 5.3%여서 과도하게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당초 조합이 산정한 토지비가 공시지가(㎡당 986만원)의 2배를 넘긴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았다. 길동 신동아 재건축 토지비의 경우 공시지가(㎡당 775만원) 1.7배 수준인 ㎡당 1315만원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감정평가에서 인근 유사 거래 사례를 비교하려면 근거리 사업장부터 비교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건너뛰고 원거리 사업지를 비교한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 25평형 일반분양가 9억 이하로 낮아질 수도
전문가들은 부동산원 재검토 요청 기준에 맞춰 토지비를 산정하면 둔촌주공 토지비는 ㎡당 1700만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조윤주 한국경제감정평가법인 지사장은 “기존 토지비 감정평가액 결과가 터무니없는 숫자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원측 재검토 요청을 반영해 근거리에 있는 아파트 토지비에 따라 다시 감정평가한다면 지금과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토지비가 낮아지면 일반 분양가도 낮아진다. 25평대 일반 분양가격은 9억원 이하로 책정돼 수분양자가 대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토지비가 ㎡당 1700만원까지 낮아지면 일반 분양가는 3.3㎡(1평)당 3200만~33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분양가 상한제 심사 기준을 개정해 건축비와 가산비를 임의로 높이기 어렵게 했기 때문에 조합이 제시했던 평당 4000만원 이상과는 상당한 격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토지비 재산정 기간 등을 고려하면 조합이 기존에 계획한 상반기 분양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3.3㎡(1평)당 3200만~3300만원으로 낮아질 경우 조합원들이 반발해 일반 분양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다시 늦춰지거나 아예 후분양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집행부 교체 이후 시공단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사업비 7000억원도 거의 소진한 상태여서 일반분양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둔촌주공 관계자는 “업계에서 예상하는 수준만큼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원들이 대거 반발할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조합에선 다양한 대안을 놓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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