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리포트] 은평구 구산역세권 20년만에 재개발 빛보나
[땅집고] 지난 1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대조동. 지하철 6호선 구산역 1번 출구를 나와 대조초등학교 방면으로 100m 정도 걸어가니 빨간 벽돌을 한 다세대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대로변에는 상가와 신축 빌라가 많았지만 이면도로가 들어가니 노후 저층 주택이 빼곡했다.
이 지역은 은평구 한복판에 있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해 은평구 내에서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학교 몇 곳을 빼면 생활 인프라도 거의 없어 집값이 가장 저렴하다.
그런데 최근 구산역 주변에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20여년 만에 5000가구 넘는 초대형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기대감에 주변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실제 대조동에는 지난 25년간 300가구 넘는 아파트가 한 곳도 공급되지 않았다.
■ “20년 만에 대단지 아파트” 구산역세권에 5000가구 공급
현재 추진 중인 구산역세권 재개발 사업지는 은평구 대조동 50-15 일대 12만7130㎡(약 3만8500평)이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지하 5층~지상 35층 규모 아파트 총 5085가구(임대 2125가구 포함)를 짓게 된다.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이란 상업·공업지역 등을 대상으로 도시환경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구역 일부가 준주거지역으로 종(種) 상향돼 용적률 500%를 적용받는다.
구산역세권 재개발은 최근 구역지정 요건을 훌쩍 넘긴 주민 동의율 68%를 달성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대조동 일대는 재개발 구역인데도 언덕이나 경사 지형이 없는 평지라는 것이 장점이다. 지하철 6호선 구산역과 3·6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연신내역과 불광역이 모두 도보 10분 내외로 가깝다.
구산역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은평구가 최근 교통 개선 기대감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독바위역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등 교통 호재가 있어 은평구 일대 정비사업지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것.
향후 연신내역과 독바위역에 각각 개통하는 GTX-A 노선과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을 활용하면 강남권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 GTX-A노선을 이용하면 연신내에서 삼성역까지 20분 이내로 닿을 수 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을 활용하면 서울역과 용산, 강남까지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대조초등학교를 낀 아파트 단지(초품아)가 돼 어린 자녀들 둔 수요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편의시설로는 구산역 주변에 병·의원, 음식점, 카페, 각종 생활필수업종 상가가 조성돼 있다. 은평구 최대 상권인 로데오거리도 가깝다.
구산역세권 재개발 준비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동의율(75%)을 달성하기 위해 동의서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은평구에서 사전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김동춘 구산역세권 재개발 준비추진위원장은 “오는 4~6월쯤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 이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제안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7~8년 내에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대지 25㎡ 5억 호가…구역지정에 걸림돌 남아
구산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인근 불광5구역이나 규제로 묶인 불광1구역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투자하기 수월하다는 평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나 행위제한 등 각종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구산역세권 재개발 구역 내 대지지분 25㎡(약 8평) 매물은 현재 5억원에 나와있다. 전세금 2억원을 제외하면 초기 투자금으로 3억원이 필요하다.
재개발이 가시화한 작년 하반기부터 대조동 일대 빌라 가격도 크게 뛰었다. 대조동 S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6월 전후로 빌라 매물 손바뀜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면서 “6개월 전에 비해 1억~2억원씩 오른 곳들이 허다하다”고 했다.
집값은 올랐지만 대조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 사업으로 약속한 신속한 개발 통합심의는 오간 데 없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구산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과거 이른바 ‘패스트 트랙’으로 불리던 서울시 통합 심의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실제론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역지정도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구산역세권 재개발의 경우 서울시 보완 요청으로 향후 구역 변경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부 구역에서 소위 ‘알박기’로 추정되는 토지와 주택 때문에 정비구역 땅 모양이 다각형 형태로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준비추진위원회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에만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비업계 전문가는 “인허가권을 쥔 구청이 개발 반대 민원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어 실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입주까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10년 이상은 봐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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