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철 7호선 내방역에서 3분 정도 걸으니 5층 높이 빌라 ‘삼화에코빌1차’가 보였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강남권에 최초로 공급한 공공전세주택이다. 4월 입주가 시작된다. 전용 59.92㎡로 이 단지에서 가장 넓은 401호에 들어가봤다. 침실이 3개라 3인 이상 가구가 살 만한데, 이 집만 쓸 수 있는 작은 베란다까지 딸려 있어 실사용 면적은 더 넓다. 전세보증금 4억2000만원 정도로, 강남 한복판 전셋집인데도 꽤 저렴하다.
이어 강동구 천호동 공공전세주택 ‘클래시하우스3차’도 방문했다. 주변에 3~5층 건물이 밀집해있는데, 최고 7층인 빌라라 눈에 띄었다. 주차장이 총 19대(장애인주차장 포함)로 빌라 치고 넉넉한 편이다. 전용 64.88㎡인 303호의 경우 4베이 설계를 적용해 내부 구조가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주방도 빌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ㄷ’자 형태다. 전세보증금은 3억6000만원 정도. 인근 신축 빌라 ‘도원하늘채’ 12평이 3억원에 전세 입주자를 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셈이다.
공공전세주택이란 2020년 정부가 발표한 11·19 전세대책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다. LH가 주택을 물색해 매입한 뒤 임대를 놓는 ‘매입임대형’ 방식이다. 통상 임대주택 임대료가 ‘보증금+월세’ 형태인 반면, 공공전세주택은 100% 전세로 임대한다. 전세보증금은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정하며, 최대 6년간 주거를 보장한다. 지난해 4월 1차로 117가구에 대한 입주자모집공고를 냈고, 올해까지 총 1만8000가구 공급이 목표다.
LH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 전세 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전세주택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공급한다”며 “상대적으로 사업 기간이 짧은 만큼 LH도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공급량을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달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공공전세주택은 총 857가구다. 지난해 ▲1차(4월) 117가구 ▲2차(9월) 476가구 ▲3차(12월) 264가구 순이다. 주택 시장에서 공공전세주택 인기는 이미 입증됐다. 가장 최근 입주자를 모집한 3차가 평균 경쟁률 131대 1을 기록했는데, 특히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화에코빌1차’ 경쟁률이 300대 1을 돌파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빌라긴 하지만, 침실 3개짜리 25평(전용 59㎡)이라 1~1.5룸으로 짓는 일반 빌라보다 넓어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7호선 내방역 초역세권이면서 아파트와 비슷한 설계를 적용하는데 전세보증금이 3억7400만~4억2600만원으로 저렴한 것이 핵심 인기 요인이다. 인근 25평 아파트 ‘방배중앙센트레빌’(2021년·42가구)이 지난 1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60만원, ‘서리풀래디앙’(2020년·19가구)이 지난해 12월 보증금 9억7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조건으로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으로 저렴하다.
공공전세주택 당첨 비결은 딱히 없다. 3인 이상 가구라면 공공전세주택에 1순위로 청약 가능한데, 1순위 요건을 채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입주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2인 이하 가구는 기타가구로 분류해 2순위 청약해야 해 당첨 확률이 낮다. 자산이나 소득 조건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LH 공공전세주택 사업 관건은 ‘공급량 확보’라고 본다. 정부가 ‘공공전세주택으로 수도권 전세난을 잠재우겠다’고 공언한 만큼 최대한 많은 전셋집을 구해야 정책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계획한 지난해 공공전세주택은 9000가구다. 반면 실제 공급은 857가구로 9.5%에 그쳤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공급량을 따질 때 입주자모집공고일이 아니라 주택 매입약정을 체결한 날짜를 기준으로 삼다보니, 통계와 실제 공급이 1.5~2년 정도로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라며 “올해도 계획대로 9000가구 추가 확보를 목표로 사업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LH가 주택을 매입해 주변 전세보증금 시세의 80~90%로 임대하는 형태다 보니 사업비 조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에 전셋집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좋은 입지일수록 집값이 비싸다 보니 LH가 부담하는 사업비가 너무 커지면서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공공전세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LH 매임전세임대사업처 관계자는 “주거 복지 사업은 사업비 적자 여부를 따지기 보다, 해당 사업이 국민들의 실제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앞으로도 LH는 공공전세주택 공급을 비롯해 전세난 해소에 기여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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