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5·6가 일대 7개 아파트 2000여가구가 뭉쳐 통합 리모델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지 6개월 만에 주민 사전 동의율 55%를 달성해 조합설립을 눈앞에 뒀다. 동의율 67%가 넘어야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통합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현대 1차(264가구) ▲2차(390가구) ▲3차(166가구) ▲5차(282가구) ▲6차(270가구) ▲대원칸타빌(218가구) ▲두산위브(383가구) 등 7개 단지, 총 1973가구다. 1986~1998년 준공한 이 단지들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과 5호선 양평역에서 걸어서 5~15분쯤 걸리며 준공업지역에 있다. 용적률이 이미 최대 328%에 육박해 재건축은 물론 개별 리모델링도 어렵게 되자 통합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주민들은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1군 브랜드로 통일하고, 커뮤니티시설 등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를 10~15% 늘려 약 2200가구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목동 코앞…통합하면 대단지 효과 생길 것”
7개 아파트 주민들이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 용적률이 200%대 후반에서 300%를 넘겼다. 현 정부의 규제 기조를 고려하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개별 리모델링 사업도 어렵다. 개별 리모델링을 하면 가구수를 15%만 늘릴 수 있는데, 이조차도 확보하기 어려운 아파트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정비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 대단지 효과를 기대할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였다. 김남호 문래동 통합 브랜드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은 단지별로 조합을 구성해도 시공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별 단지별로 필요한 커뮤니티시설을 넣되, 안양천 조망을 살린 스카이 커뮤니티나 키즈 카페 같은 덩치 큰 시설은 7개 단지 전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수평 증축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 주택형을 넓히고 별동을 건설해 일반분양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7개 아파트 단지 곳곳엔 대형 건설사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5개사 이상이 사업 제안을 한 상태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이후 집값도 오름세다. 문래현대6차 전용84㎡는 지난해 10월 11억원에 거래돼 7개 단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8월 직전 거래보다 1억1000만원 상승했다. 맞은편 문래현대5차 같은 주택형은 지난해 10월 9억2000만원에 팔려 작년 초보다 1억원 올랐다. 호가는 10억2000만~10억8000만원 수준이다.
■ ‘공장지대’ 풍경 바뀌는 영등포구 문래·양평동…재정비 사업 본격화
주민들은 노후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정비되면 서울에서 입지가 제법 우수한 주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 그동안 ‘공장지대’라는 인식이 강했던 문래동은 지난 수십년간 공장이 모두 이전하고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서 이미 지역 풍경이 확 달라졌다. 안양천 등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지하철 2·5호선도 이용할 수 있는데다 오목교만 건너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가 나온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래동 주민들은 “목동 학원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제외하면 유치원, 고등학교는 목동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 공장 지대였던 문래 창작촌도 독특한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소위 ‘핫플’로 주목받고 있다.
문래동 일대에는 리모델링 사업뿐만 아니라 재정비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신흥 주거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래동5가와 맞붙은 문래동4가(문래1-4구역)에선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9만4087㎡ 부지에 1000가구 이상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2019년 5월 추진위를 구성한지 2년여 만에 조합설립요건(주민 동의율 75% 확보) 충족을 눈앞에 뒀다.
문래동과 가까운 양평동에는 ‘양평 영등포중흥S클래스’ 아파트가 새로 입주했다. 인근 양평 12구역은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현재 철거 중이다. 양평 13·14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위원장은 “리모델링 조합을 통합 구성하거나 단지끼리 합쳐 사업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별로 조합을 구성해도 개발 속도를 맞춰 하나의 시공사를 선택해 공사비를 절감하고 대단지 효과를 누리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전체 단지가 사업 속도를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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