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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체면 제대로 구겼네" 현산에 자리내준 롯데건설 분통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2.02.09 07:19 수정 2022.02.09 16:20
[땅집고] 롯데건설이 관양 현대아파트 수주전 홍보를 위해 단지 안에 내걸었던 현수막. /조선DB


[땅집고] “솔직히 좀 체면을 구긴 셈이죠. 너무 방심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롯데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내줬다. 최근 잇단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궁지에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기게 된 셈이다. 내부적으로 브랜드 전략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 959명 가운데 926명이 투표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과반인 509표를 얻었다.

관양 현대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36층 아파트 1313가구로 재건축한다. 총 공사비는 4174억 원 규모다.

HDC현산은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운 점이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양 현대아파트는 일찌감치 HDC현산이 수주에 공을 들였던 곳이다. HDC현산은 ▲2조 원 규모 이주비 지급 ▲가구당 7000만 원 사업추진비 제공 ▲일반 분양가 3.3㎡당 4800만 원 이상 유지 등을 약속했다.

광주 사고 이후에는 안전 관련 약속도 추가했다. ▲구조안전 보증기간 30년 ▲매월 공사 진행 현황과 외부 안전 전문가 진단 결과 보고 ▲외부 안전 감독권 업체 운영 비용 부담 등을 내걸며 조합원 표심 이탈을 막았다.

롯데건설은 관양 현대아파트가 올해 첫 수주 사업지나 다름없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에 이어 같은 달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만 두 단지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사업지인 데다 각각 272가구, 121가구로 올해 마수걸이 단지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이번 패배로 롯데건설 내부에서는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랜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 르엘은 하이엔드 브랜드 시장에서 현대건설 ‘디에이치’, DL 이앤씨 ‘아크로’보다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한다. 해당 브랜드보다 출시가 늦었고 롯데타워 등에 적용한 ‘시그니엘’을 더 상위 브랜드로 보는 시각도 있어서다. 르엘 브랜드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면서 그 하위 브랜드인 ‘롯데캐슬’마저 평판이 떨어졌다는 것.

롯데건설 전직 임원 A씨는 “롯데캐슬 자체가 낙천대 상위 브랜드로 출시됐다”면서 “고급화를 표방했던 롯데캐슬에 다시 르엘, 시그니엘 같은 추가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선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롯데건설 르엘은 동급 건설사와 경쟁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에서 ‘르엘’ 브랜드를 제안했지만, ‘아크로 드레브372’ 브랜드를 내세운 DL이앤씨에게 졌다. 이번에 롯데캐슬 브랜드를 내건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마저 패하면서 하이엔드 ‘르엘’과 일반 ‘롯데캐슬’ 모두 자존심을 구겼다.

그동안 수주에 성공한 곳들도 수의계약이나 상대적으로 약체인 건설사와 맞붙은 곳이 대부분이다. 르엘 브랜드를 적용한 반포우성(르엘 신반포 센트럴), 신반포14차(르엘 신반포) 등은 10대 건설사가 아닌 효성, 동부건설 등과 경쟁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관양 현대아파트는 사실상 HDC현산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던 사업지여서 최선을 다했지만 조합원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결과는 아쉽지만 사업이 원할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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