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양 광고가 말하지 않는 사실과 정보’만을 모아 집중 분석하는 ‘디스(This) 아파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분양 상품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디스 아파트] 분양가 저렴한 ‘호반써밋 화성비봉’…주변은 허허벌판
[땅집고] 수도권 남부 신흥 주거지인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에서 ‘호반써밋 화성비봉’이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5층 8동 총 779가구다. 이달 8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2025년 1월 입주 예정이다. 시공은 호반건설이 맡았다.
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착한 분양가’가 눈에 띈다. 최근 경기권에서 34평(전용 84㎡) 아파트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가 적지 않은데, ‘호반써밋 화성비봉’ 분양가는 4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문자 그대로 ‘허허벌판’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현재 비봉지구는 개발 초기 단계여서 학교 등 생활 인프라가 거의 없다. 전철도 없다.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분양가는 싼데,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전철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어”
비봉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구포리 일대 86만2700여㎡에 조성하는 공공주택지구다. 총 6366가구(1만7189명) 규모로 2016년 10월 착공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아파트(공동주택)는 9개 블록을 포함한다. 현재 A1블록 LH국민임대주택만 들어서 있다. 당초 논밭만 있던 곳이어서 인프라를 다 갖추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4년 집값이 폭등했지만, 비봉지구 일대 집값은 아직 저렴하다. 같은 화성시라도 지역에 따라 집값 차이가 크다. 화성 동탄신도시 일대 3.3㎡(1평)당 아파트 시세가 이달 기준 ▲청계동 3144만원 ▲송동 3125만원 ▲오산동 3022만원 등이다. 반면 비봉지구가 있는 비봉면은 778만원 수준이다.
‘호반써밋 화성비봉’은 비봉지구 북쪽인 B2블록에 들어선다. 단지가 남북으로 근린공원을 끼고 있어 이른바 ‘공원뷰’를 갖췄고 주거 환경도 쾌적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가 거의 없다.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수인분당선 야목역이다. 걸어가면 45분 정도 걸린다. 단지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7-1번)를 타면 야목역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배차간격이 평일 기준 30~60분 기준으로 너무 길다. 이 아파트 입주 시점에는 버스 노선은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입주자 자녀들이 걸어서 통학할 만한 학교도 없다. 비봉지구에 초·중학교 부지가 있지만 개교일이 미정이다. 현재 비봉지구 남쪽에 있는 비봉초·중·고등학교가 가장 가까운데, 각각 걸어서 30~40분, 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호반써밋 화성비봉’은 총 779가구다. 전용 72㎡와 84㎡가 있는데 각각 A와 B타입이 있다. 모든 가구는 4베이 판상형이다. 하지만 A타입이 ‘정통 판상형’인 반면, B타입은 가장 큰 침실에 붙은 드레스룸이 대각선으로 꺾여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주차 대수는 가구당 1.2대다. 새 아파트 치고는 적은 편이다. 대중 교통이 불편해 입주민들이 자차를 이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입주 후 주차난이 불거질 수도 있다. 207동 인근에는 주유소 부지도 있다. 통상 주유소는 차량 통행량이 많아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로 꼽힌다.
■34평 분양가 4억 이하…“시세차익은 의문”
‘호반써밋 화성비봉’은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분양가는 싸다. 주택형별 분양가가 ▲72㎡ 2억82700만~3억2240만원 ▲84㎡ 3억3910만~3억8610만원이다. 젊은층도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에 도전해 볼만한 셈이다.
당첨되면 시세차익이 ‘2억원 안팎’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직선거리 5㎞ 떨어진 화성 송산지구 ‘송산그린시티세영리첼에듀파크’ 전용 84㎡가 지난해 8월 6억8000만원, 직선거리 7.5km 떨어져 있는 화성 봉담지구 ‘봉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75㎡가 지난해 10월 6억2700만원에 각각 팔린 것과 비교한 금액이다. 다만 비교 대상인 송산지구는 산업단지를 끼고 있고 봉담지구가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호재가 주택 가격에 반영돼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세 차익 2억원이 될지는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수도권 외곽 분양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 최근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 송도에서도 대형 건설사 분양 단지에서 미분양이 생겼다.
이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 3년이며, 재당첨제한기간은 10년이다. 의무거주기간은 없다. 땅집고 자문단은 “아파트 입지를 고려하면 서울 출퇴근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화성이나 평택, 수원 등지로 통근하는 예비청약자들이 실거주 용도로 분양받으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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