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입주 앞두고 사전 점검 왔는데 황당하다. 지상으로 알고 분양받은 상가가 지하상가로 지어져 있다니….”(상가 수분양자 김씨)

대전의 한 신축 아파트 상가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앞두고 다 지어진 상가를 둘러본 뒤 “분양 당시 조감도와 전혀 딴판”이라며 시공사와 분양 대행사 상대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상가는 오는 3월 입주를 앞둔 대전 유성구 ‘유성대광로제비앙’ 아파트 단지 내에 지어졌다. 2개동, 총 24실이다. 분양 대행사가 2019년 분양 당시 제공한 팸플릿 조감도에는 상가와 인접한 인도 등 외부에서도 1층이 잘 보이는 것처럼 설계됐다. 완만한 오르막길 옆에 짓기는 해도 상가가 인도에서 봤을 때 가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무리 공사 중인 상가는 조감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상가 앞 경사면이 가팔라서 바깥에서 점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 분양 계약자는 "막상 와서 보니까 지상이 아닌 지하 상가였다”며 “상가 문을 열자마자 2m 넘는 옹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바깥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더구나 상가 앞 옹벽에는 보행자 추락을 방지하는 펜스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어서 상가는 완전히 가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분양자 2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상가 기능을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한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 당시에는 조감도 그림 그대로 설명을 들었다. ‘오르막길이어서 안쪽 상가가 가려질 수 있다’는 안내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가로 3억~5억원 정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와 분양 대행사 측은 “분양 당시 경사면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계약서에도 상가 앞부분 일부가 가려진다고 명시했다”고 주장한다. ‘상가는 아파트 단지 기준으로 지하 1층’이라는 내용이 계약서 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대광건영 법무팀 관계자는 “법적으로 명확한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계약서의 또 다른 문구를 보면 ‘상가는 외부에서 지상 1층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수분양자들은 이를 근거로 시공사 책임을 묻고 있다. 대광건영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안세훈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조감도 내용과 실제 준공한 건물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아주 심각한 경우 분양 계약 취소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전 유성구청은 수분양자 항의가 잇따르자, 시공사가 설계 도면에 따라 정확하게 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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