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엔 공모가 너무 높아…시총 10조 넘겠지만 지속여부 불투명"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1.26 13:58 수정 2022.01.26 14:18
[땅집고]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오른쪽)가 지난 25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유튜브 스트리밍 캡처화면


[땅집고] 현대엔지니어링이 다음 달 3일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앞두고 지난 25일 온라인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창학 대표이사는 “수주사업은 불확실성이 커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신사업 강화에 쓰겠다”고 밝혔다. 주요 신사업으로 차세대 초소형원자로, 청정수소 생산, 폐기물 소각·매립 등을 꼽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총 1600만주를 공모한다. 오는 26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가를 최종 확정한 후 2월 3일과 4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납입기일은 2월 8일이며 매매 개시 예정일은 2월 15일이다. 대표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이다.

1주당 공모 희망가는 5만 7900~7만 5700원(액면가 500원)이고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6조520억원이다. 현재 모회사인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4조7493억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시총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치를 결정하기 위해 비교한 대상이 세계 1~3위 건설사로 이 기업을 기준으로 몸값을 너무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EV/EBITDA’라는 방식으로 국내와 해외의 건설사 가치를 분석해 그 평균값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비교 대상 회사의 기업 가치가 1년에 버는 현금성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 계산한 것이다. 12개 비교 대상 중 9개가 외국 기업이고 국내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GS건설 등 3개다.

외국 기업에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엔지니어링 뉴스 레코드’(ENR)가 발표하는 글로벌 설계·도급회사 국외 매출액(2021년 기준) 1∼3위 엔지니어링 회사인 캐나다 ‘WSP글로벌’, 호주 ‘월리 파슨스’, 미국 ‘에이콤’ 등이 비교 대상에 들어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도급 분야만 38위이고 설계 쪽은 100위권 밖이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수주 실적이 우수한 만큼 시총이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는 수주액이 2조 4000억원이었고 주택 외에도 스마트팩토리, EV배터리공장, 수소충전소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IPO 후엔 주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회사 영업이익률에 비해 시가총액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3분기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이익률은 5.06%로 DL이앤씨(14.33%), 삼성엔지니어링(7.96%), GS건설(7.01%)보다 낮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업계에서 추정하는 공모가는 최대 13만원이었다”며 “희망 공모가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란 시각이 정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제철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기아·현대차가 순환출자구조를 갖춰 나머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제철 지분이 없고, 현대모비스의 주식 보유 비율도 기아(17.33%)와 정몽구 명예회장(7.15%), 현대제철(5.81%), 현대글로비스(0.69%)에 비해 크게 낮다. 때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 승계를 위해 자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 자금을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땅집고]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명단.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꼽고 있는 수소차와 자율주행 사업과도 연관이 깊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생산설비 전문업체인 만큼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먹거리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생산설비(플랜트)를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자체 전력생산을 위한 LNG 및 신재생 발전소 운영과 발전소 EPC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자율주행에 있어 필수적인 기술로 꼽히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다발적 지역화와 매핑) 분야의 전문가인 김아영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의 사업 구조를 뛰어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존 사업 입지를 강화하고 친환경 프로젝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신사업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 생산 플랜트의 설계는 작년에 시작했고, 생산 설비 운전은 2024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설립 후 1980년대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해외 설계팀 등을 흡수 합병했고 1999년 현대건설에 흡수 합병됐다. 2001년 현대건설 경영 정상화 계획에 따라 설계 감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법인 분리됐고,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7조 8000억원 규모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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