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와, 후보자들 스펙만 보고 대통령 선거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부자들 사는 ‘타워팰리스’에선 입주자대표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나봐요.”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동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 이력이 적힌 선거 전단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반응이 뜨겁다. 아파트 입주자대표를 뽑는 선거인데도, 후보자들 ‘스펙’이 좀 과장하면 대통령 선거와 맞먹을 정도로 화려하다는 것. ‘타워팰리스가’ 2002년 입주한 뒤 강남 1세대 주상복합으로 꼽히는 만큼 ‘찐(진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단지라 그런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83㎡(55평) 5층은 지난해 11월 3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9월 비슷한 층이 28억원(6층)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집값이 30% 정도 뛰었다. 전용 327㎡(99평)는 지난해 11월 62억2000만원에 매매했다.
선거전단을 보면 A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타운로스쿨을 거쳐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B후보는 한국외대 영어과, 세종대 대학원을 나와 삼성전자 런던 법인장으로 일했다. 이어 C후보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해 지방 방송국 임원직을 거쳐 현재 부동산 개발·공급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D후보는 이화여대 약대, 대한약사회 부회장, 경희대·고려대 약대 겸임교수 등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땅집고 취재 결과, 해당 선거전단은 ‘타워팰리스 1차’가 2019년 10월 제 9기 동별 대표자를 선출할 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는 같은해 11월 1일 끝났다. 투표 결과 A~D 후보 모두 동대표로 뽑혔다. 이들 임기는 2019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0월 31일로 총 2년이다.
동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타워팰리스 1차’는 최고 66층, 4개동, 총 1294가구다. 그런데 공고문에 따르면 동 대표로 4명이 아닌 7명을 뽑는다. 한 동에서 대표를 2명씩 선출한 것. 이유가 뭘까.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14조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4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관리규약으로 정한 선거구에 따라 대표를 뽑도록 되어 있다. 이 때 선거구는 2개동 이상으로 묶거나 통로와 층별로 구획해서 정할 수 있다. 아파트를 구성하는 동마다 가구수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 형평성을 위해 선거구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에서 101동이 최고 15층 30가구인 반면, 바로 옆 102동은 최고 30층 70가구라고 가정하자. 이 때 각 동에서 대표를 한 명씩만 뽑는다면 동별 가구수가 2배 이상 차이나 의사결정하는 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경우 101동에서 대표 1명, 102동에서 대표 2명(저층부·고층부)을 뽑는 식으로 선거구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타워팰리스 1차’ 역시 동별로 최저 29층, 최고 66층 높이여서 동 대표를 두 명씩 뽑았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단을 보면 A동의 경우 저층(3~29층) 대표와 고층(31~59층) 대표 두 명을 선출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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