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2월 28일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사업 1차 후보지로 21곳을 선정했습니다. 후보지들은 새해 초부터 정비계획수립을 추진해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역지정합니다. 정비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약 2만5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됩니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재개발보다 3~5년 이상 사업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수요자 관심이 쏠립니다. 땅집고가 1차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집중분석했습니다.
[신통기획 후보지 심층분석] ⑥ 종로구 창신동 23·숭인동 56 일대
[땅집고]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종로구 창신동 23(창신3동)·숭인동 56 일대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선정지 21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신통기획 선정지 중 유일하게 두 지역이 묶여 구역이 지정됐다. 창신 3동·숭인동 재개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각각 주민 310명 중 동의율 73.2%, 주민 379명 중 동의율 64%를 채워서 신통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기준(30%)을 훌쩍 넘긴 높은 동의율로 신통기획 심사 문턱을 넘었다.
신통기획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두 지역을 하나로 묶은 통합 개발안에 대해서는 갈등이 예고된다. 숭인동과 창신동 양측 모두 일부 주민들이 통합재개발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개발은 서울시 선정위원회에서 권고한 사항으로, 종로구청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통합개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 박원순에 낙인 찍힌 비운의 동네, 신통기획으로 부활
창신 3동과 숭인동은 총 8만4354㎡ 규모로, 서울지하철 6호선 창신역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한양도성과 낙산 언덕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구릉지로, 언덕 입지에 골목이 좁아 교통이 불편하다. 마을버스는 물론 소방차, 이삿짐차도 들어오기 힘든 수준이다. 이 지역을 한번이라도 가 보지 않은 사람은 말 그대로 깜짝 놀랄 정도로 도로 환경이 열악하고, 동네 자체가 낙후돼 있다.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구에 있음에도 주거 환경은 최악이다.
지역 주민들은 “박원순 전 시장에게 찍히는 바람에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가 됐다”고 말한다. 2007년 오세훈 시장 초임 시절 3차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후보지로 지정됐으나, 2013년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사업에서 해체하고 대신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선정했다. 이후 이 일대는 소위 ‘벽화 그리기식’ 도시재생이 진행되며 동네가 슬럼화됐다. 재정비 문턱에서 몇 번이나 좌절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도시 재정비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졌다. 두 지역의 주민 동의율이 70%를 금방 채운 이유다.
■주민 공감대 높아…구역지정만 되면 조합설립은 ‘초읽기’
창신·숭인 두 지역은 주민들의 재개발 공감대가 높은 편이라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75%는 금방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숭인동의 경우, 신통기획 신청서 제출 이후에도 15장 정도가 추가로 모여 현재 동의율은 69%에 육박한다. 창신 3동은 구역 지정이 마무리돼야 조합 설립을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징구를 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양측 추진위는 원하는 가구 규모나 건물 높이 등은 구역 지정 이후에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신통기획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숭인동 추진위 측은 이 일대 규모가 4만2000㎡ 수준인 만큼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지역에 근거해 숭인동에도 800~900가구 규모의 단지가 들어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창신 3동 추진위 측은 최소 25층은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창신·숭인 일대는 중점경관관리구역이긴 하지만, 높이 제한은 따로 없다”면서 “건물 높이 등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시기에 대해서는 “시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구청은 오는 3월 정비계획 수립용역을 착수하고, 12월 정비구역 지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상이몽 두 지역…"신청도 따로 했는데 각자 추진돼야"
다만 창신·숭인 기본 계획이 통합개발로 발표된 것이 큰 변수가 됐다. 두 지역 모두 통합개발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태현 창신 3동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각자 신청했는데 개발을 같이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는 우리 대로 가고 거기는 거기 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형 숭인동 재개발 추진위원장 역시 “숭인동에서도 통합개발을 우려하는 일부 의견이 있다. 주민 갈등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고 보인다”고 우려했다.
예견된 갈등에 구청 측에서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서울시에서는 시범사업지로 지자체 중 한 곳을 선정한다는 원칙상 통합개발이 맞다는 입장이지만, 주민 의견을 고려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선정위에서 통합개발을 권고하긴 했지만, 구청에서는 주민 반응 등을 감안해 통합개발과 개별개발 중 어떤 게 더 나을지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개발만 되면 사대문 내 대표 주거단지 될 수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창신·숭인 일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사대문 역세권 입지에 생기는 귀한 대단지 아파트이기 때문. 현재 이 일대 인근에는 비교할만한 대단지가 별로 없다. 종로구의 대장 아파트인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2017년 준공·1148가구) 전용 85 ㎡는 지난해 10월 22억1800만원으로, 종로구 일대 같은 면적 중 처음으로 21억원 선을 넘었다. 경희궁자이는 종로구 홍파동·평동·내수동·교북동에 걸쳐서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대문 일대는 다 상업지인 업무지구여서 대단지 아파트는 매우 귀하다. 한두 동짜리 주상복합도 별로 없다”며 “창신·숭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종로구 대장 아파트인 경희궁자이에 버금가는 강북 대표 주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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