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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요? 끄떡없어요"…무섭게 뛰어오르는 성수동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1.13 02:38

[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⑦ 포스트 코로나 땐 ‘럭셔리 하이엔드 상권’ 된다

[땅집고]11일 오후 찾은 성수역 4번 출구 앞. 한파가 몰아친 평일에도 일대 식당가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박기람 기자


[땅집고] “성수동도 코로나19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상권들보다는 적게 받았죠. 평일에도 사람이 많고 주말엔 특히 골목골목마다 젊은 사람들로 넘칩니다. 보기 드문 주7일 상권이죠. ”(성수동 전선경 AK공인중개사무소 대표)

11일 찾은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일대. 한파 특보가 발효된 평일인데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주로 잔뜩 멋을 낸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사진을 찍어 전시하기 좋은 이른바 ‘인스타그램 용’ SNS 상권을 넘어 먹거리·놀거리가 풍부한 트렌드 상권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성수동은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성수역 3번 출구 일대의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시작된 성수동 상권은 주변 골목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성수동 일대에 안 뜬 골목상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업종도 단순 식음료에서 각종 브랜드 매장으로 확대됐다. 성수동은 이미 특색 있는 골목상권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성수동 일대가 하이엔드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성수동 일대에는 ‘강남 1번지’ 압구정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배후수요가 갖춰지고 있고, 성수동 자체 가진 도시재생이라는 독특한 테마가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성수역 4번 출구에서 연무장길로 이어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길을 오가고 있다. /박기람 기자


■ '대세 중에 대세' 된 성수동…카페거리서 주변부로 확장

한강과 중랑천에 둘러싸여 있는 성수동은 다리만 건너면 바로 압구정과 연결된다. 강남권 외에도 서울 어디로든 이동이 편리한 서울 한복판에 있어 입지가 매우 뛰어나다. 또 소규모 공장이 밀집된 준공업지역과 아파트·주택 등 일반주거지역이 섞여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 외에도 성수동 인근의 주택·오피스·지식산업센터 등 배후수요가 다양해 상권 평일 방문객도 많은 편이다.

특히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은 붉은 벽돌 건물 거리로 유명하다. 창고와 공업 단지, 갤러리, 리빙 편집숍, 식당·카페들이 한데 어우러져 특색 있는 상권으로 재미와 희소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되고 있다.

[땅집고]지난달 찾은 서울숲 인근 단독주택 상가지대인 '아틀리에길'. 젊은 커플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있다. /박기람 기자


2015년께 창고형 갤러리 겸 카페인 대림창고를 필두로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성수동은 신흥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서울숲역 인근 단독주택 상가지대인 ‘아틀리에길’, 성수역 건너편의 ‘어니언 일대’ 등으로 상권 규모가 확대됐다. 현재 성수동의 기존 식음료 상권은 점차 개인·대형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상권 숙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럭셔리 패션 브랜드 ‘지미추’(Jimmy Choo), 명품브랜드 ‘샤넬’(CHANEL) 등 고급 브랜드들은 잇따라 성수동을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층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LG전자·현대차·신세계푸드·롯데월드·하이트진로 등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팝업스토어 대상지로 성수동을 낙점했다.

[땅집고] 성수동 일대 분야별 사업체 수 변화./성동구청

■ 각종 브랜드 팝업스토어·사옥 줄줄이…“높은 용적률이 메리트”

특히 최근 몇 년간 기업체·자산운용사들은 공격적으로 성수동 부지를 사들이고 있다. 준공업지역이 상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지를 매입해 용적률을 높이면 임대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준공업지역은 용적률 최대 480%, 여기에 성수IT산업개발진흥지구는 최고 80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부지를 매입해 성수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SM엔터테인먼트·클리오·현대글로비스 등은 이미 본사를 이전했고, 무신사·젠틀몬스터·크래프톤 등이 성수동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의 문화산업 사업체 수는 2014년 62곳에서 2020년 303곳으로 5배 가까이 늘었으며, 식음료 업체는 같은 기간 52곳에서 226곳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성수동의 황진철 부동산퍼스트 중개법인 대표는 “성수동 땅값이 이미 크게 뛰었지만, 용적률을 많이 받아서 임대사업으로 손실을 메꾸려는 기업들이 많아 아직도 거래량이 많다”며 “아틀리에길과 달리 프랜차이즈 진출이 가능한 연무장길의 경우, 매일 3팀 안팎으로 매물을 보러 온다. 기업들도 꾸준히 이 일대 부지를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 대표 역시 “최근 주택 규제가 강화하면서 집을 팔고 상가를 찾는 개인투자자나 기업투자자들이 꾸준히 성수동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성수동 일대 업무상업시설 년도별 거래 현황./밸류맵


■ 코로나에도 끄떡없다…공실 없고 건물 매매가격·거래량 폭증

성수동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타격을 가장 적게 받은 상권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성수동 일대인 뚝섬 상권은 공실률이 1.3%로 나타났다. 반면 관광 상권인 명동은 47.2%에 이른다. 그나마 코로나 선방했다고 평가를 받는 홍대합정 상권이 17.7%다. 상수동 상권은 현재 공실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면서 성수동의 건물값과 거래량은 줄곧 큰 폭으로 뛰었다. 밸류맵이 땅집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동 1가·2가 일대 업무상업시설은 약 10년 전보다 토지 3.3㎡당 단가는 3배, 거래건수는 10배가 올랐다. 2012년 이 일대의 거래 건수는 9건, 3.3㎡당(1평) 단가는 2360만5380원이었다. 그러나 작년 거래건수는 93건, 9018만425원에 달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성수동은 모든 지역이 다 핫하다. 메인 상권은 이미 건물값과 임대료가 크게 올랐는데 지금 또 꾸준히 매수자들이 유입되면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성수동 내에서도 다른 골목 상권이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성수동 식음료 사업체 수 변화./성동구청


■ 압구정급 고급주거단지 된다…"럭셔리 하이엔드 상권으로 재편 가능성"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로 성수동 상권이 럭셔리 하이엔드 상권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먼저 성수동은 압구정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배후수요가 갖춰지고 있다. 초고급 아파트인 아크로,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등이 있는 데다가 각 분야 대기업이 성수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다. 부영호텔 등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주변 인프라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도 MZ세대의 발길을 잡아 끈 점도 성수동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높인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는 “과거에는 단순하게 공장을 리테일로 바꿨다는 측면만 강조됐지만, 성수동은 도시재생이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품고 있다. 성수동 일대는 MZ세대를 잡는 소위 ‘넥스트 상권’으로 꼽힌다”며 “성수동은 향후 럭셔리 하이엔드 상권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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