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근처에 계신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기신 남자분 (있으면) 도와주세요. 윗집이 너~무 시끄러운데, 가서 한마디 해주실 남자분 구합니다.”

최근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이 같은 대역 구인글이 올라와 논란이다. 윗집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찾아가서 ‘한마디’ 해달라는 것.

본인이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당근마켓에 “새벽 3~4시까지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양아치 남자들이 3명 살고 있는데, 가서 한마디 해주실 남자분을 구한다”라며 “여자 혼자라 무서워서 윗집에 찾아가 항의하지도 못하고, 마주쳤을 때 몇 번 얘기했는데도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썼다. A씨가 ‘층간소음 혼쭐 대역’ 사례비로 제시한 금액은 1만원이다.

A씨 글을 보고 웃어넘길 수 있지만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긴 한 것 같다. A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보니 이런 구인글까지 올라오는 것 아니냐며 공감하고 있는 것.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이웃과 층간소음 갈등을 하소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윗집에 보복하는 방법까지도 공유되고 있다. 천장에 우퍼스피커를 달아 윗집에 소음·진동을 보내거나, 윗윗집을 잠시 빌려 윗집에게 소음을 되갚아주는 등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층간소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윗집에 항의하더라도 법이 허용하는 선을 지켜야 뒤탈이 없다는 것. 2013년 서울중앙지법이 제시한 ‘층간소음 항의기준’에 따르면 천장 두드리기, 고성 지르기, 전화 연락, 문자메세지로 항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 직접 들어가 항의하기 등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것은 윗집을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이달 초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아파트에선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이유로 길이 90㎝짜리 손도끼로 윗집 현관문을 여러 차례 찍어 파손한 20대 남성 B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또 천장에 우퍼스피커를 붙여 헤비메탈 음악, 항공기 소음, 공사장 소리 등을 윗집에 전달한 C씨는 지난해 인천지방법원 판결로 윗집에 손해배상금 3000만원을 물어주기도 했다.

당근마켓에 ‘층간소음 혼쭐 대역’ 글을 올린 A씨 마음은 이해하지만, 험상궂게 생긴 제 3자에게 윗집을 위협하도록 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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