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 1급지 아파트들은 모두 거실창에 ‘유리난간’ 시공했네요? 우리 단지도 얼른 진행합시다!”
최근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에서 ‘유리 난간’ 인테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거실창에 쇠창살처럼 설치돼있던 철제 난간을 없애고 투명한 판유리로 교체하는 작업인데, 완공 후 거실 조망이 확 좋아지는 데다 외부에서 봤을 때 깔끔해 ‘고급 아파트’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유리 난간 인테리어 열풍은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부터 시작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특히 서울 강남, 인천 송도, 성남 판교, 용인 수지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고급화를 목적으로 전체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모든 가구 거실창을 유리 난간으로 교체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분양할 때부터 아예 유리 난간을 적용하는 단지들도 있다. 이달 송파구 거여동에 입주를 시작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 등이 유리 난간으로 시공했다.
인천 송도 ‘호반3차’ 등 전체 아파트 단지를 유리 난간으로 교체 시공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중원유리산업의 김정태 대표는 “유리 난간으로 바꾼 고객들마다 ‘뷰가 너무 좋아졌다. 120% 만족한다’고 말한다”며 “과거에는 수도권 단지 중심으로 시공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시공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철제 난간은 감옥 쇠창살 같은 느낌을 주는 데다가 해가 들 때 집 안에 그림자가 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새똥 등 이물질이 묻는 경우가 많은 반면 유리 난간은 이 같은 불편함이 전혀 없어 만족하는 입주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회사 측에 따르면 34평(84㎡) 아파트 거실창에 유리 난간을 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만~160만원 정도다. 공사는 1시간 정도면 끝나는데, 난간에 쓰는 강화접합유리를 제작하는 데 10일 정도가 걸린다. 강화접합유리란 유리와 유리 사이에 전용 접합 필름을 삽입해 깨지더라도 흩어지지 않게 만든 유리를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현행 ‘실내건축의 구조·시공 방법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유리 난간을 설치하는 경우 비산(飛散)되지 않는 안전유리를 써야 한다.
그런데 유리 난간을 입주자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택에선 각 세대 아파트 난간을 전용부분이 아니라 공용부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난간을 교체하려면 구청 등 지자체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유리 난간을 시공했다가 원상복구 명령을 받을 위험도 있다.
지자체 승인 전 이웃들의 동의도 필수다. 예를 들어 101동 1101호가 유리 난간을 시공하고 싶다면, 101동 주민들 3분의 2 이상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 개월 넘게 이웃들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결국 유리 난간 시공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한편 유리 난간 인테리어의 단점도 있다. 난간을 창호 바닥에서 8㎝ 정도 띄워서 시공하긴 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철제 난간에 비해 환기·통풍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널찍한 판 형태의 유리 난간이 바람길을 막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미세먼지 등으로 유리가 오염돼도 청소가 쉽지 않다. 또 이사할 때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도 없다. 시공하자에 따른 안전 문제도 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선 “애들이 장난치다가 유리가 깨지거나 난간이 아예 탈락해 밖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말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도 새 아파트 거실창을 통유리나 입면분할창으로 시공하거나 내부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단지 고급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민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며 “유리 난간으로 ‘뷰’를 살리기 위한 입주자들의 소비 행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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