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요새도 이런 ‘꼰대’ 회사가 있었네요.”
최근 직장인 전용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DL건설이 사내에 비치해둔 한 홍보물이 화제다. DL건설은 지난해 7월 삼호건설과 고려개발 합병을 통해 출범한 종합건설사다. 홍보물 제목은 ‘사랑받는 하급자의 3 Rules(3가지 규칙)’. 20~50대 직원들의 공감과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인데, 후배가 상사에게 사랑받으려면 세 가지 규칙을 지키자는 것.
바로 ‘실천’, ‘금지’, ‘배려’가 3가지 룰이다. 룰별로 세 가지 세부항목이 있다. 예를 들어 ‘실천’ 룰에는 “조직원으로서 희생 좀 같이 할래!”, ‘배려’ 룰에는 “가끔은 저녁에 같이 좀 놀아줄래!, 일과 후 소주 한잔은 서로간의 친밀감을 형성합니다”, “힘들어도 웃으며 일해줄래!” 등이 적혀 있다. 즉 하급자가 상사에게 사랑받으려면 퇴근 후 저녁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홍보물을 접한 직장인들은 “80년대냐”, “꼰대가 아닌 척 적어놨는데, 하나같이 꼰대가 아닌 항목이 없네” 등 비판적인 반응이다. 사실상 상사 말에 복종하고, 저녁 회식을 강요하는 듯한 문구가 젊은 직장인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DL건설 측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회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 홍보물은 사측이 제작한 것이 아니라, 노조 격인 ‘직원협의체’가 기성세대와 MZ세대(20~30대) 간 의견 차이를 줄여보기 위해 자발적인 캠페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협의체는 직원 대상 홍보물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면 좋을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홍보물을 제작했다. 설문조사에는 전체 사원의 50% 정도가 참여했다.
DL건설은 ‘사랑받는 하급자’ 뿐 아니라 ‘존경받는 상급자’를 위한 3가지 규칙 홍보물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꼰대’라고 비판받았던 문제의 홍보물과 비슷한 구성으로, 상급자가 후배에게 존경받으려면 3가지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금지’ 룰에선 “욕설, 인신공격성 발언 좀 그만할래!”, ‘배려’ 룰에선 “짜증 좀 내지 말래, 차라리 화를 내라!”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버전의 홍보물이 공개된 후에도 블라인드 내 직장인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DL건설 관계자는 “직원협의체가 지난해 10월 쯤 자율적으로 게재한 홍보물이 사측 의견인 것처럼 퍼져 난감하다”면서 “세대 간 화합을 이끌어내겠다는 좋은 취지였지만, 반응이 예상과 어긋나 홍보물은 이미 모두 없앴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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