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⑥다시 뜨는 ‘강북 1번지’ 홍대입구
[땅집고] “홍대 앞과 합정동은 꺾였지만 연남동과 서교동은 아직 탄탄합니다. 주변으로 계속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홍대 상권의 힘이죠.”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을 오가는 발길이 점점 늘었다. 이른바 ‘연트럴파크’(연남동과 센트럴파크 합성어)가 있는 연남동 거리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과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이 많았다. 반면 비슷한 시각 홍대 기존 핵심 상권이던던 서교동 홍익입구역과 합정역 일대 식당·술집 주변은 한산했다. 연남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유동 인구가 줄면서 홍대 상권도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다른 곳엔 없는 ‘홍대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연남동 일대 ‘핫 플레이스’는 코로나를 꽤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 주변에 형성된 일명 ‘홍대 상권’은 코로나 시대 상권 재편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과거 홍대 상권 핵심이던 홍익대 앞은 침체가 뚜렷하지만, 연남동은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다. 연남동 상권은 망원·서교동 등 주변으로 더 확장하고, 홍대입구역 대로변에는 대기업이 잇따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있다. 홍대 상권의 확장성이 확인된 만큼, 코로나 이후 서울 대표 상권으로 성장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홍대입구에서 시작해 동교동까지 확장
홍대 상권은 홍대입구역~상수역~홍익대 입구까지 연결하는 대형 상권이다. 당초 이 상권은 홍대가 1955년 용산구에서 넘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길거리 버스킹 문화, 2000년대 클럽 문화를 거쳐 홍대는 유흥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쇠퇴한 신촌·이대 상권 유동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서울 강북 최대 번화가로 발전했다. 홍대 상권 범위도 합정을 시작으로 망원·연남·서교·상수 일대까지 계속 확장하는 중이다.
시간에 따라 홍대 메인 상권은 바뀌었다. 초기엔 홍대입구역부터 홍대 정문 앞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핵심지로 꼽혔다. 그러다가 홍대 주변 이면도로에 허름한 단독주택을 개조한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 술집이 들어서면서 젊은 세대의 발길이 옮겨갔다. 최근에는 강북 최대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인 연남동과 맞닿아 있고 홍대입구역을 품은 동교동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동교동 홍대입구역 대로변에는 삼성전자, 카카오프렌즈, 무신사 등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있다. 그 영향으로 땅값도 치솟고 있다. 권상환 아이디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동교동은 대형 패션·신발 브랜드 중심으로, 연남·망원동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입하는 젊은 세대들로 각각 상권이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 동교동·연남동·망원역은 활기…홍대·합정은 공실 넘쳐
홍대상권의 권역별 공실률 데이터를 보면 동교동과 연남동, 망원역 일대는 올 3분기 공실이 대폭 줄었다. 반면, 메인 상권이던 홍대·합정 일대는 오히려 빈 점포가 증가세다. 동교·연남 일대 공실률은 올 1분기 4.3%에서 올 3분기 2.2%로 낮아졌다. 망원역 일대 역시 같은 기간 3%에서 1%로 크게 줄었다. 반면 홍대·합정은 13.1%에서 17.7%로 되레 높아졌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 팀장은 “소비자들이 새롭게 뜨는 망원·연남·서교·상수 일대로 넓게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별다른 특색이 없고 임대료는 비싼 기존 홍대·합정 상권은 흔들렸을 것”이라며 “연남동은 데이트 커플 등이 주로 찾아 일반 술집·식당보다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가 높아 기존 홍대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연남동으로 매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홍대 일대에서 프랜차이즈 식음료 업체가 줄고 그 자리를 대기업 패션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와 올해 홍대 상권 일대에서 버거킹, 엔제리너스 커피,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대형 식음료 브랜드는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는 다양한 브랜드 매장들이 들어섰다. 지난 8월 레저 브랜드 ‘오닐’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고, SPA브랜드 탑텐은 연면적 1000 ㎡가 넘는 도심형 복합매장을 홍대 상권에 선보였다.
■ 빌딩 거래 활기…평당 매매가 1억 돌파
홍대 상권 일대 빌딩 매매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인 밸류맵이 땅집고에 제공한 마포구 부동산(업무·상업·단독·다가구)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으로 동교동 일대 부동산 거래 건수는 35건으로, 코로나19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8년(15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상권별로 서교동은 2019년 54건에서 올해 114건으로, 망원동은 29건에서 71건으로, 합정동은 16건에서 55건으로 각각 거래건수가 증가했다. 거래 금액도 크게 늘었다. 동교동의 경우 3.3㎡(1평)당 토지 매매가격이 2018년 6791만원에서 올해 1억284만원으로 급등했다.
실제로 홍대입구역 대로변인 동교동 일대에서는 올 5월 3.3㎡당 5억원에 거래된 건물도 있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머큐어앰배서더 홍대’ 호텔을 2430억원에 사들였다. 이창동 팀장은 “동교동 일대는 코로나 와중에 가장 선방한 지역 중 하나”며 “최근 상권 확장과 건물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강세”라고 말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전무는 “이제는 홍대 상권이 명동·가로수길보다 매출이 안 빠지고 잘 버틴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확신을 가진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업종이 다양해지고 상권이 신선해졌다. 주요 타겟층도 기존 10·20대 학생에서 20대 사회초년생까지 올라가 홍대 상권을 찾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ki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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