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시공계약 해지했다가…조합 손들어주던 법원 이례적 판결

뉴스 글=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입력 2021.12.30 03:02

[땅집고]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이 공사비로 인한 이견이나 고급 브랜드 적용 여부 등을 이유로 시공사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조합이 시공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법원도 대부분 조합 손을 들어줬고, 시공사도 갈등이 벌어진 사업지에서 계속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최근 조합이 시공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시공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준 판례도 나왔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다.

■ 공사비 증액 갈등 빚은 신반포 15차, 이례적으로 건설사 승소

[땅집고]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5차 재건축 공사 현장. /조선DB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과 대우건설이 진행한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을 눈여겨볼 만하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2017년 대우건설과 2098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겨 조합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우건설은 조합 상대로 시공사의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건설은 설계 변경 탓에 지하, 지상을 포함해 연면적 3만여㎡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500억원대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은 “시공자 입찰 당시 무상 특화설계 항목”이라며 200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조합은 대우건설 시공자 지위를 취소하고 이듬해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런데 올 10월 법원은 대우건설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시공자 지위) 해제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아 조합의 계약해제 통보에는 효력이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시공 계약이 부당 해지되더라도 새 시공사가 뽑히면 더 이상 기존 시공사가 시공사의 지위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는 것이 통상적인 법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건설이 시공사 지위에 있다는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 “무분별한 계약 해지 어려워질 것…시공사 입찰 때부터 대책 세워야”

[땅집고] 일반분양이 지연된 서울시내 재건축 사업지. /이지은 기자


최근 시공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는 아파트가 많다.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조합은 ‘무상 특화 설계와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지난달 DL이앤씨와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흑석뉴타운 핵심인 동작구 흑석9구역도 설계안 등을 두고 롯데건설과 대립하다가 지난 4월 시공사 계약을 파기했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조합의 일방적인 시공 계약 해지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뿐만 아니라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벌이면 결국 사업이 지연되고 막대한 금융 비용 손실과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조합은 시공사 선정 초기 단계부터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대우건설 사례에서 법원은 시공계약 해지를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시공사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를 열기 전 조합원에게 계약 해지로 따른 손해나 부담을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법원이 대우건설 손을 들어준 이유로 “시공계약 해지시 조합원에게 시공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 등에 관해 상세히 고지하는 등 적법한 총회 결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만약 신반포15차 조합이 적법한 총회 결의를 다시 거치면 대우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조합이 시공사 계약에 앞서 주된 갈등 요소인 추가 공사비 발생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후 시공사 계약 체결에 관한 총회 의결, 계약 체결 시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향후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 /글=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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