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내 평생 이런 현금을"…집값 미친듯 뛴 미국, 내년 운명은

뉴스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1.12.31 03:12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크레이지 2021년 보내고, 불확실한 2022년 온다

[땅집고]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 앞에‘판매 중(For Sale)’팻말이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땅집고] 얼마 전 재미난 얘기를 들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은퇴한 노부부가 집을 팔고 동네를 떠나면서 옆집에 살던 지인에게 한 말이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현금을 만져볼 날이 있을 줄 몰랐다”. 오스틴은 테슬라 등 미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시장이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다. 이 부부는 주택 가격이 1년 사이 두 배쯤 오르자, 집을 팔아 한 번에 50만달러 이상 은퇴 자금을 마련했다.

2021년 미국 부동산 시장을 돌아보면 말이 안 나온다. 유례 없는 시간을 보냈다. 집값이 이렇게 단기간에 뛴 적이 있나 싶다. 미국 평균으로 20%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평균이다. 일부 지역은 40% 이상 치솟았다. 내가 사는 달라스 몇몇 지역도 그랬다. 집 살 타이밍을 놓쳐 땅을 치고 후회한 사람이 많다. 몇 달 사이 주택 가격이 10만 달러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2021년만큼 오를까, 아님 안정, 하락. 혹여나 2006년 주택 시장 붕괴가 재현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을 조심스레 전망해 보자.

■상승 전망 1.9%부터 16%까지

가장 궁금한 것은 가격. 우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오름’이다. 하지만 전망치는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불확실하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인 리얼터닷컴은 오는 12개월 동안 기존 주택 판매 가격이 2.9%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업종의 레드핀도 비슷한 전망을 했다. 2022년 말까지 약 3% 상승을 예상했다. 2021년 가격 상승폭인 19.9%보다 약 17% 줄어든 것이다.

[땅집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내년 미국 집값 상승률을 약 2.9%로 예측했다. /리얼터닷컴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2012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 폭이 가장 낮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레드핀은 “시장이 2021년 역사적인 호황에서 좀 더 일상적인 상태로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더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낮은 가격 상승이 시장에 집을 내놓으려는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낮은 전망도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어라직은 1.9%, 모기지은행연합(MBA)은 2.5%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이와 달리 불리쉬(Bullish)한 전망도 있다. 2021년 가격 폭등을 2022년도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말까지 주택 가격이 16%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인 질로우도 주택가격이 2021년 10월~2022년 10월까지 약 13.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각각 7.9%, 7%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올해도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가격 상승 폭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리얼터닷컴은 잠재 주택 구매자들은 앞으로 적어도 3년간은 높아진 주택 구매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금리 따라 달라질 듯

전문가들의 주택 가격 상승 전망치가 1.9%부터 16%까지 제각각인 이유는 그만큼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 건설 시장이 불투명하다. 수요가 많으니, 더 지으면 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공급망 적체, 자재 가격 상승, 인력 부족 등 삼중고(三重苦)로 주택 건설 속도를 맘대로 올릴 수 없다. 만약 이런 문제로 주택 건설을 늘리지 못하면, 공급과 수요의 격차를 줄이지 못해 주택 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반대로 주택 건설이 재속도를 낸다면 공급이 늘면서 주택 가격이 점차 안정될 수 있다.

모기지 이자율도 큰 변수다. 현재는 팬더믹 영향으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내년에 세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상은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오른 만큼 가격 상승 압력이 줄어든다. 레드핀은 30년 모기지 고정 이자가 현재 약 3.1% 수준에서 2022년 말까지 약 3.6%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기지은행연합회는 4%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3%대의 낮은 가격 상승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다.

[땅집고] 미국의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 추이. 미국 전문기관들은 내년 집값이 오를 것이라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상승 폭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내년 주택 시장은 ‘믹시드 백’

리얼터닷컴은 내년 주택시장을 ‘믹시드 백’(mixed bag)으로 표현했다. 좋고 나쁜 잡다한 요소들의 집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자는 오르는데, 주택 가격도 올라 일반인 주택 구매력(affordability) 위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임금 상승과 낮은 실업률 같은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재택 근무로 구매 주택의 지역적 제약이 많이 허물어졌다. 리얼터닷컴 설문에 따르면 잠재 주택 판매자의 19%는 직장 근처에 살 필요가 없어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곽으로 더 넓은 공간을 찾아 이주하는 것이다. 2022년에 약 4500만 명의 밀레니얼 세대가 첫 주택 구매 적령기인 26세와 35세 사이에 들어서게 되면서, 시장에 활기를 더할 것이다.

2022년도 2021년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아직도 오미크론 등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 것 자체가 무리다. 주택 매입은 무릎에 사서 상투에 팔아야 한다는 주식과 다르다. 특히 미국에선 가격 변동이 적고, 투자 가치보다는 필수재로서의 가치가 크다. 무릎이든 상투든 개인의 재정 상태를 봐가며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시점에 사는 것이 현명한 주택 쇼핑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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