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조성했던 문화예술공간 ‘플랫폼창동61’ 사업을 조사한 결과 예산 200억원이 무리하게 투입됐으며, 민간 위탁업체 선정 및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24일 ‘플랫폼창동61’ 관계부서 및 사업대행을 담당했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당시 업무 담당자의 신분상 조치와 제도 개선 요구사항 등을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지적사항은 ▲개관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예산 관련 규정과 절차 미준수 ▲사업비 증액 결정과 공사비 과다 증액의 문제 ▲위탁업체 선정의 불공정성 ▲불필요한 중간지원조직(기획운영위원회) 운영 ▲방만한 예산 지출과 입주단체 선정의 불공정성 ▲사업대행사인 SH공사의 지도·감독 미실시 등이다.
2016년 4월 도봉구 창동에 지은 ‘플랫폼창동61’은 61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구성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음악공연, 전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데 2022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만 운영한다. 서울시가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구상안의 핵심으로 조성하는 2만여석 규모 복합문화공연시설 ‘서울아레나’ 개장에 앞서 이 일대 문화예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마중물 사업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시가 ‘플랫폼창동61’이 마중물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2015년 회계연도 중간에 해당 사업을 위한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대산 SH공사에 사업 대행을 맡겼다. SH공사는 정상적인 예산편성 절차를 거치는 대신 예비비 성격의 ‘대기자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7년 동안 총 200억원(건설비 81억·운영비 등 122억)을 투입했다. SH공사는 면밀한 검토 없이 공사비를 41억원에서 81억원으로 대폭 증액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내 폐컨테이너를 재활용하겠다는 본래 사업 취지와 달리, 해외 주문 제작된 새 컨테이너 61개를 수입해 설치하는 등이다.
‘플랫폼창동61’ 민간 위탁업체 선정 단계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1기 위탁사업자는 앞서 ‘플랫폼창동61’의 기획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업체다. 해당 업체는 사업과 관련된 내부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또 업체는 ‘기획운영위원회’라는 중간 지원 조직을 설치하고 입주업체 선정, 대관, 전시 등 사업 전 영역에 관여하는 데서 나아가 연간 운영 계획, 예산계획 등도 심의·의결하는 권한까지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탁업체가 변경돼도 이 위원회는 계속 존치되면서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위원장직은 계속 연임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같은 운영체계는 위원회 운영비 및 고정급 지급 등 불필요한 예산을 지출하고, 특정인의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를 불러왔다.
김형래 서울시 조사담당관은 “민간위탁 사업의 본질은 시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사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민간위탁 사업에서도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거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부서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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