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누가 아파트 계단에 시래기를 잔뜩 널어놨네요. 공용 공간을 자기 것처럼 쓰는 것도 황당한데, 시래기에서 썩은 냄새도 풍기고…. 완전 민폐 아닌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아파트에 ‘시래기 빌런’이 나타났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글쓴이가 올린 사진에는 물에 삶은 시래기(무의 뿌리와 잎 부분)가 아파트 계단 난간을 따라 줄줄이 걸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통상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시래기를 말리는데, 누군가 아파트 계단실이 시래기를 널어놓기 적합하다고 보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
‘시래기 빌런’ 사진을 접한 네티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시 먹보의 민족이다. 이제 겨울이니 시래기 말릴 때가 됐다”고 웃어 넘기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시래기를 널어놓으면 비위생적이기도 하고 행여 잘못 마르기라도 하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 이웃이 이런 짓을 하면 너무 싫을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쓰는 계단에 자기 마음대로 시래기를 말리다니 좋게 볼 수가 없다. 경비실에 신고해서 다 치워버려야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공용 공간을 개인공간처럼 사용했다가 이웃 눈총을 받는 사례가 상당하다. 이번 ‘시래기 빌런’을 비롯해 복도 맨 끝에 사는 세대가 중간에 철제 현관문을 달아 개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거나 복도에 선반을 설치하고 개인 짐을 보관하고, 자전거 등 옮기기 힘든 운동기구를 자물쇠로 고정해 이웃 주민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집합건물에서 공용공간을 개인공간으로 점유·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행위허가 기준 등)는 공동주택을 사업계획에 따른 용도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며, 적법하게 건축된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만약 원래 용도대로 공동주택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공간을 멋대로 변형했다면 원상복구 의무도 부과된다.
법적으로는 이런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에서 공용 공간을 멋대로 썼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상 집합건물 특성상 이웃 주민 신고로 경비실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계단에 시래기를 널어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동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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