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왕릉뷰 아파트' 개선안 또 퇴짜…"사실상 철거 방침" 반발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12.09 19:00 수정 2021.12.10 14:19

[땅집고]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인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건설 중인 아파트를 두고 건설사들이 제출한 개선안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 결과 또다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건설사가 제출한 개선안에는 ‘건축물 높이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사실상 아파트를 철거하라는 방침과 다름없어 건설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와 궁능문화재분과 회의에서 대방건설이 제출안 개선안에 대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는 공동주택 사업자 3개사 중 2개사(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1개사(대방건설)에 한해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된 삼성쉐르빌 아파트와 연결한 스카이 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건설사로부터 제출받은 후 재심의했으며 그 결과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위원회에서는 김포 장릉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 유지를 고려할 때 사업자가 제출한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입장,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된 건축물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의 높이 조정 및 주변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땅집고][땅집고] 조선왕릉인 김포 장릉 인근에 신축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 박기홍 기자


이번 결정은 지난 10월 문제가 된 3개 건설사(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 대방건설)의 개선안에 대한 심의 결과를 보류한 데 이어 두 번째 결정이다.

문화재위원회는 10월 재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두 차례 소위원회를 구성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의 건축물을 포함한 단지별 시뮬레이션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시뮬레이션 검토 결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설한 건축물이 조망되지만 3개 건설사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되고 수목을 식재해 공동주택을 가리는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봤다”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김포 장릉 등 조선 왕릉이 삭제될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의 보존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최근 유네스코에서 조선왕릉의 경관 훼손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유산 주변 개발 시 경관, 지형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사실상 철거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심의를 거부한 2개 건설사(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는 이미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심의 철회를 신청한 2개 건설사는 심의가 진행되기 하루 전인 8일 문화재위원회가 사실상 ‘건축물 철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자 심의를 중단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들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주택사업 승인권자인 인천 서구청과 검단신도시 택지 개발 및 매각자인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2014년 현상허가 받은 사안을 다시 허가받는 것은 절차상 불필요하며, 건설사들의 주택사업계획 승인은 합법이라고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다”면서 “또 올해 10월 국토교통부 검단신도시 사업변경 고시에도 최고층수, 용적률, 건폐율 등 토지매각부터 사업계획승인 시까지 변경된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문화재청 2017-11호 고시는 위 국토교통부 고시와 상충하며, 문화재보호법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설정할 권한이 있는 경기도의 문화재보호 조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심의절차를 중단하고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에 의한 현상변경 신청 의무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로,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능침(봉분)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계양산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 공사가 문화재청 허가없이 이뤄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뒤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의 건축물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이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문화재청은 3개 건설사가 건설 중인 아파트 19개동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9월 서울행정법원은 19개동 중 12개동의 공사 중지를 인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하지만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행정 절차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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