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시작한 집값 하락세가 경기도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나 신안산선 등 전철 호재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는 직전 거래 대비 2억~3억원씩 가격이 하락한 단지들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소강 상태일 뿐, 규제가 완화하면 언제든 집값 상승 불씨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서울 외곽지역부터 무너지나…‘노·도·강’·‘금·관·구’ 수억원 뚝
서울에서는 올해 서울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노·도·강’, ‘금·관·구’ 지역의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먼저 멈춰섰다. 지난달 마지막 주(11월29일 기준) 서울 강북구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주간 아파트값이 상승을 멈춘 지역이 나온 것은 작년 6월 첫 주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도봉(0.07%), 노원(0.08%)과 관악(0.01%), 금천(0.04%), 구로(0.11%) 등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 변동률도 지난 한달 사이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이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의 주택 구매가 집중되면서 올해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던 지역이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누적 상승률이 9.59%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심형석 IAU 교수는 “이전부터 15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대출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대출을 낀 매수 비중이 높은 지역이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중 금리 인상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거래보다 수억원씩 가격을 낮춘 단지들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 쌍용아파트 전용 84㎡가 이달 초 직전 거래보다 2억원 하락한 9억5000만원(18층)에 팔렸다. 이 주택형은 지난 3월 10억5000만원에 팔린 이후 지난 달 11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 수준으로 가격이 되돌아갔다. 관악구 ‘신림푸르지오’ 1차 84㎡도 지난 9월 11억6000만원(4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10월에는 이보다 낮은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1개월 만에 1억3000만원 정도가 빠졌다.
■ GTX·신안산선 역세권 아파트도 흔들…광명·인덕원·동두천 하락세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는 경기도 지역으로 번져 나가는 중이다. 특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나 신안산선 등 광역철도 기대감으로 단기간 급등했던 광명시 광명역 일대 아파트는 가격이 2억~3억원씩 빠진 곳도 나타났다.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 98㎡(27층)은 지난달 1일 직전 거래가(15억원·10층)보다 3억원 깎인 12억원에 팔렸다. ‘유-플래닛태영데시앙’ 84㎡는 15억2000만원(29층)이던 직전보다 2억2000만원 하락한 13억원(8층)에 거래됐다. 광명역 푸르지오 같은 면적도 지난달 7일 직전 거래(26층·14억7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떨어진 12억5000만원(4층)에 실거래됐다.
올 상반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연장선 추진 논의가 활발했던 동두천시는 올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이 하락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29일 기준) 동두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떨어졌다. 동두천시 지행동 ‘동원베네스트’ 84㎡는 지난달 10일 직전 거래보다 5900만원 하락한 3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마찬가지로 GTX가 지나기로 예정된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 인근 아파트들도 1억~2억원씩 하락했다. 인덕원대우 84㎡는 8월 12억4000만원(16층)에서 약 2억원 넘게 하락해 10월19일 9억8000만원(15층)에 팔렸다. 인덕원 대림2차는 84㎡가 10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13일에는 9억2000만원에 팔려 1억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대출 규제와 단기 급등으로 인한 일시적 하락일 수도 있어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집값 하락은 정부가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면서 나타났고, 규제가 풀리는 순간 더 많은 폭으로 가격이 뛰어오를 수도 있다”며 “내년 대선 등 예정된 변수가 많아 3기 신도시 등 본격적인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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