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개월 전부터 집 사겠다는 손님이 줄어든다 싶더니, 최근엔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급한 집주인들이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집을 내놓고 있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K공인 대표)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비싼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수천만원씩 하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올 9월 이후 정부의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폭탄, 금리 인상 등 3중 폭탄이 쏟아지면서 ‘매매 절벽’이 3개월째 이어진 결과다. 주택 부족은 여전하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섣불리 거래가 어려운 만큼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서울 외곽지역부터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중저가 아파트 2년 만에 첫 하락세…강남3구도 소폭 떨어져
2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중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이 2년여 만에 처음 하락했다. 올 11월 서울 2분위(가격 기준 하위 20~40%) 아파트 평균가격은 8억7104만원으로 전달(8억7909만원) 대비 0.92% 떨어졌다. 같은 기간 3분위(하위 40~60%) 가격도 평균 11억126만원에서 11억70만원으로 0.05% 하락했다. 2분위 평균 가격은 2019년 10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내렸다. 3분위 하락도 2019년 6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노·도·강’ 지역에서는 직전 신고가에서 수천만원 이상 떨어진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58㎡(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9월 9억4000만원(11층)에 신고가에 거래됐지만, 한 달 만에 8억6000만원(13층)으로 8000만원 떨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84㎡도 8월 11억3000만원(1층)에 신고가를 찍었다가 지난달 10억8000만원(1층)으로 5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손바뀜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는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도 직전 신고가보다 수천만원 낮춘 가격에 급매로 나와 있다”고 했다.
최근엔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양천구 목동 등지에서도 가격 하락 현상이 포착된다. 서초구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114㎡는 지난 10월 15억 5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14일 최고가인 18억 5000만원(8층)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3억원이 빠진 가격이다.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 102㎡도 지난 10월 직전 실거래가보다 4000만원 떨어진 19억 4000만원(6층)에 매매됐다.
■ 매매가격전망 지수 추락…“하방압력 거세진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집값 하락은 3개월 이상 지속된 거래 중단 사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월간 주택 거래량은 올 9월 2700건, 10월 2300건에 이어 11월에는 700건(2일 현재)에 불과하다. 방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아파트가 한두 푼도 아니고 대출이 안 나오는데 집을 사려야 살 수가 없다”며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노도강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결국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집값 하락을 점치는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는 94를 기록해 지난달(11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공인중개업소의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2~3개월 뒤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기준점인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한문도 연세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올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역대 최고(172.9)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서울 집값 가늠자가 되는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10~11월은 관망세를 유지했고,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주택 시장 하방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 “공급 부족·전세난은 여전…집값 강보합 지속할것”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도 집값 전망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집값 하락 전환을 예상하기 이르다고 주장한다. 서울 집값이 내리막을 걷기에는 여전히 공급 부족과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것.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 기대대로 서울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파트 공급 부족과 임대차3법 여파로 지속 중인 전세난이 집값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심화되고, 내년 대선과 전세시장 불안, 정책 신뢰성 훼손 등 주택시장에 여전히 하락보다 상승 요인이 더 크다”며 “특히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양상으로 양극화를 보이고 있어 단순 하락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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