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의회가 속칭 ‘악마의 사업’으로 불리는 도시재생 관련 예산을 42억원 증액하자고 요청했다가 도시재생 사업 중단·축소를 추진 중인 서울시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0% 넘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시의회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세훈표 사업’으로 불리는 신속통합기획, 장기전세주택 등 대다수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줄줄이 삭감시켰다.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계위)는 지난달 29일 2022년도 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면서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 예산 42억1463만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기전세주택·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지천 르네상스 등 오 시장 역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감액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본부와 현장지원센터 30곳, 집수리센터 5곳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78명이 근무하고 있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의 종합적 지원을 수행하겠다”며 2017년2월 도시재생센터를 설립했다.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은 낙후한 노후 주거지에 벽화나 기념물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쳐 주민들로부터 ‘개발과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악마의 사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후 도시개발 사업을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의회에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 예산을 70%가량 삭감해 23억원 수준으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시의회는 센터를 정상 운영하기 위해 42억원가량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부동의’ 의사를 밝히며 증액에 실패했다.
서울시는 이번 예산 삭감에 대해 도시재생지원센터 내 집수리 센터를 원래대로 자치구 역할로 돌리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성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내년부터 자치구가 운영하도록 하는 등 종합적으로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을 배정했다”고 했다. 특히 도시재생센터에 포함된 집수리 센터 운영 예산은 당초부터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시의회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센터를 자치구로 이관한다 해도 적응이나 준비기간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도시재생 사업을 사장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한다. 도시재생사업 예산안 증액 요구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고병국 시의원(종로1)은 “이런 식으로 준비기간 없이 사업 예산을 뚝 잘라버리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 예산 증액을 반대한데 반발해 오 시장이 주도하는 주택·개발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시켰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지난달 오 시장이 TBS(교통방송) 출연금 규모를 123억원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한 이후 시의회는 본격적으로 오 시장의 행정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시의회는 110석 중 99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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