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악법도 법이니 결국 종부세를 내긴 해야겠죠. 하지만 1년 만에 세금이 4배 가까이 오르니 황당하고 막막하죠. 정부가 강도보다 더 지독합니다.”
경기도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50대 김모씨(가명)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로 120만원쯤 냈는데, 올해는 560만원으로 5배 가까이 올랐다. 김씨는 2009년 A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올해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상속받았다. 어머니는 생전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빌라가 재건축되면서 아파트로 바뀐 것. 김씨는 “당장 종부세 낼 현금이 없어서 세무서에 분할납부를 신청했다. 생활비가 없어 친척에게 돈을 빌려 버티고 있다”며 “자녀에게 증여하려고 했더니 세무사 말로 증여세만 1억원 나온다고 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자 사이에 한숨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과 종부세율 인상이 겹치면서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층, 개인 사정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납세자들은 “투기꾼도 아닌데, 종부세 내느라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서민에 종부세 폭탄”…일시적 2주택 보유자 불만 쏟아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올해 종부세율을 대폭 인상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기존 0.6~3.2%에서 1.2~6.0%로 0.6~2.8%포인트씩 두 배 가까이 올렸다. 여기에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기존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상향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투기꾼이 아닌 일반 서민들까지 ‘종부세 폭탄’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로부터 아파트를 상속받아 본의 아니게 2주택 이상을 보유하게 됐거나, 이사 등 개인 사정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들까지 지난해 대비 몇배 오른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특히 이미 은퇴해 소득이 없거나 당장 생활비가 빠듯한 주택 보유자들은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종부세를 매기면서 일시적 2주택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도 크다. 대전에 거주하는 백모(67)씨는 2019년 C아파트를 매입하면서 2013년부터 보유하던 다가구주택 1채를 팔기로 했다. 잔금은 올 12월 말 치를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85만원을 냈던 종부세로 올해 346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소유자가 내야 하는데, 백씨는 이미 집을 팔았지만 아직 잔금을 받지 못해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씨는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일시적 2주택 상황을 배려해주는 것처럼 종부세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 너무 불합리하다”고 했다.
■생계형 임대사업자도 종부세 폭탄 맞고 패닉
주택임대등록이 자동 말소된 생계형 임대사업자도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됐다. 등록주택임대사업자들은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 종부세 과세표준 계산 시 합산대상에서 빼주는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부가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임대에 대해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등록 말소되도록 조치한 것.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던 임대사업자들이 올해 많게는 1인당 1억원에 육박하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사는 정모(77)씨는 은퇴 후 자금을 끌어모아 원룸 건물 2동(총 67실)를 매입했다. 약 20년 전 미분양됐던 20평대 아파트 8채도 함께 보유 중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모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2020년 9월 임대사업자 등록이 자동말소되면서 올해 종부세로 6411만원이 나왔다. 정씨는 “은퇴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생계형으로 임대사업하고 있는 건데 갑자기 종부세 폭탄을 맞아 황당해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있다”며 “월세 수입이 한 달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세금을 어떻게 6000만원 넘게 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종부세를 올리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집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납세자들은 당장 집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도세율이 최대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라면 2년 이상 보유한 경우 차익에 따라 기본 세율로 6~42%를 내는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만 돼도 차익의 40% 또는 기본 세율+10%포인트 중 더 큰 금액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오른 종부세를 충당하기 위해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세입자 주거비 부담 증가도 현실이 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종부세를 비롯해 모든 부동산 세금이 단기간에 급격히 커지다보니 집주인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세입자에 대한 조세부담 전가와 전세의 월세화, 임대료 상승 정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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