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 부지로 텍사스(Texas)주 테일러(Taylor)시를 최종 선정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잡는 도시는 도시 경쟁력 자체가 올라가고, 인구·소득·주택가격 등이 모두 강세를 보이게 된다. 삼성의 선택을 받은 테일러시는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몰려 드는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의 도시다.
■전형적인 ‘美 농촌’ 테일러시, 첨단의 메카로
테일러시는 미국의 전형적인 농촌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서면서 첨단 단지로 변모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를 선정한 이유로는 이 지역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생산 시설인 오스틴 공장과 자동차로 불과 1시간 거리(60㎞)에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공장 부지 규모도 4.86㎢로, 오스틴 공장보다 4배가량 더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부터 오스틴 공장을 운영하면서 협력 업체 등 다양한 인프라를 오스틴에 구축한 상태다. 또한 테일러의 경우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단전, 단수 등 자연재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장점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한파로 약 한 달간 오스틴의 전력과 용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해 4000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테일러시는 삼성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밸리’ 위협하는 텍사스주 ’실리콘 힐스’
삼성전자가 신규 공장 대상지로 테일러시를 점찍으면서 텍사스주의 ‘실리콘힐스’(Silicon Hills)는 입지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테일러시는 실리콘힐스의 핵심인 오스틴시 광역권에 포함된다. 실리콘힐스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실리콘 밸리와 오스틴 지역의 지형을 합쳐 만들어진 별칭이다.
최근 많은 테크 기업들이 ‘첨단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를 떠나 실리콘힐스로 모여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 도시 실리콘 밸리는 어도비·인텔·AMD·엔비디아·퀄컴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높은 세금 부담, 각종 정부 규제, 높은 주거비용 등의 이유로 ‘탈(脫) 실리콘밸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산하 후버연구소가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약 6개월 동안 총 74개의 굵직한 빅테크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이탈 기업 대다수는 실리콘 힐스로 떠났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Oracle)과 실리콘밸리 시대를 이끈 컴퓨터 장비업체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가 순차적으로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오스틴에 사이버트럭 생산기지 건설을 확정한 데에 이어 올해 본사를 이전했으며 CEO인 일론 머스크도 거주지를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오스틴은 양질의 교육을 받은 젊고 풍부한 인적자원, 낮은 생활비 및 세금 부담, 테크 친화 환경으로 인해 더 많은 테크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오스틴은 특히 첨단제조, 청정기술, 생명과학이 발달했으며 낮은 공공시설 요금과 자연재해의 우려가 적어 주요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가 계속 건설되고 있다. 오스틴은 다수의 기관에서 미국 내 살기 좋은 도시,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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