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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입주도 못할 판"…'박원순 덫'에 걸린 개포주공1단지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11.25 11:27 수정 2021.11.25 11:52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에 존치시키기로 한 15동 건물이 타워크레인과 공사 차량들이 오가는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에 존치시키기로 한 15동 건물이 타워크레인과 공사 차량들이 오가는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전철 수인분당선 구룡역을 빠져나오자 남서쪽으로 높은 철제 가림막이 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졌다. 가림막 안쪽으로 타워크레인 수십대가 서 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였다. 그런데 현장 중앙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낡은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재건축 후 아파트가 들어선 뒤에도 이른바 ‘정비사업 역사흔적 남기기’ 사업에 따라 옛 원형을 그대로 보존할 예정인 개포주공1단지 15동이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최근 이 같은 ‘정비사업 역사흔적 남기기’ 사업에 대한 계획 변경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와 마찰을 겪고 있다. 조합 측은 원형 보존 대상인 15동을 허물고 공원을 만들려고 하는데, 서울시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

[땅집고] 지난 11월22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총 67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11월22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총 67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장귀용 기자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문화부지로 예정된 15동 터에 지하층 또는 최소한의 흔적만 남긴 채 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정비사업 역사흔적 남기기’ 사업을 새로 설계하기 위한 협력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이달 초 첫번째 협력업체 선정이 유찰된 이후 두번째다. 지난 23일 현장설명회에 이어 12월1일까지 입찰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 달 전 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설계가 난이도에 비해 이윤이 크지 않은 탓이다. 낙찰받은 업체 입장에서는 서울시와 조합 간 이견을 조율하면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조합측의 사업 변경 시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15동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소년 문화시설 겸 옛날 아파트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주민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는 신축 아파트 골조가 이미 상당히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흔적남기기 사업으로 보존이 결정된 2개동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다. /서준석 기자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에 ‘한 동 남기기’를 강요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서울 곳곳에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개포주공4단지,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도 일부 아파트 동을 보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택지지구로 선정된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일대는 1977년 지은 구치소 건물을 일부 보존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개포동 주민 B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기껏해야 30년 정도 된 건물에 역사성이 있다면서 보존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흔적 남기기는 결국 ‘박원순 흔적’을 남기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아파트 단지 안 구치소 보존" 황당 계획 세운 서울시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 사후 사업이 흐지부지된 상황에서도 서울시가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전직 건설업체 임원 A씨는 “(개포동 등) 당시에 공급한 주공아파트는 폭증하는 도시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로 양산한 아파트로 건물 자체의 내구성도 낮을 뿐 아니라 건축학적, 역사적 가치도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눈치 보지 말고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흔적남기기’ 사업이 지연되면 전체 아파트 준공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 흔적 남기기 사업은 기부채납의 일환인데, 기부채납을 완료해야 지자체가 준공을 승인하기 때문이다. 흔적남기기 사업이 늦어지면, 아파트를 다 짓고도 입주를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각 조합에서 대안이 나오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흔적 남기기는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도시계획위원회에 최종 결정권한이 있는 만큼 조합에서 설계가 정해지면 검토해 상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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