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창신동은 지어진 지 수십년 된 집들이 썩어가면서 겨울이면 동파에, 여름이면 온갖 오물 냄새에 시달립니다. 이런 동네에 담장 벽화와 화단을 꾸미는 사업은 세금 낭비입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최근 종로구청 도시디자인과에 ‘창신8길 일대 마을경관 개선사업 추진 중단 청원서’를 제출했다. 추진위는 “지난 2015년 서울시가 창신동을 도시재생 구역으로 지정한 뒤 약 87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했지만 주거환경이 더 나빠졌다. 더 이상 도시재생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신동은 현재 주민들 의견에 따라 ‘오세훈표 재개발’인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으니 마을경관 개선사업을 중단하라”고 했다.
‘마을경관 개선사업’은 숨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진행했던 도시재생사업의 연장이다. 종로구는 창신8길 일대 1657㎡ 사업지, 385m 도로를 대상으로 경관 개선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구간 내 가로수와 화단을 조성하고, 일부 사유지의 담벼락·건물벽체·기타시설물을 도색해 미관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8000만원 예산을 들여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으며, 예상 사업비는 8억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구청은 마을경관 개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지 내 사유시설물 소유자들에게 ‘주택 입면 개선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창신동 주민들은 이 사업이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도시재생 사업으로 창신동에 서울시 예산 868억원(마중물사업 200억원·연계사업 607억원·별도사업 61억원)을 썼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
주민들은 창신동에 지어진지 수십년 된 낡은 주택이 몰려 있어 본격적인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곳을 도시재생 사업 구역으로 묶으면서 개발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시가 도시재생 사업 명목으로 주택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거나 주민들이 찾지 않는 동네 꼭대기에 박물관 등 건물을 짓는 데 그쳤다.
주민 A씨는 “지난해 마을 초입 완구시장에서 불이 났는데, 골목이 너무 좁아 소방차가 진입을 못하기도 했다”라며 “이 정도로 동네 환경이 열악한데 담장을 도색하고 화단을 가꾸는 데나 세금을 쓰고 있으니 그야말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창신동 주민 B씨는 “실제로 창신동을 한번이라도 와서 동네를 둘러본 사람은 박원순식의 도시재생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며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또 벽화나 그리는 일은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창신동이 현재 ‘신속통합기획’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사업 예산으로 8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 예산 낭비라고 비판한다. 신속통합기획은 오세훈표 정비사업 모델로, 서울시가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에 개입해 정비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지난 10월 29일 시가 신속통합기획 공모를 마감한 결과, 24개 자치구에서 총 102개 구역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신동은 총 42.4% 동의율을 받아 지난달 신속통합기획 공모에 참여해 오는 12월 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대선 추진위원장은 “도시재생을 멈추고 재개발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이렇게 강력한데 구청이 필요하지 않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종로구청 도시디자인과 공무원들을 제발 말려 달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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