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매출 0원, 진짜 죽겠어요"…젊은이 자취 감춘 종각의 몰락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11.23 06:55

[2021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③젊은이 사라진 ‘젊음의 거리’ 종각, 이대로 무너지나

[땅집고]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 일대.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텅 빈 건물이 눈에 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종각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이전보다 손님이 확실히 줄었어요. 주변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거리에 젊은이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요.”(종각 ‘젊음의거리’ 분식 노점상 상인 A씨)

지난 22일 찾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일대 상가 점포는 곳곳이 텅 빈 모습이었다. 전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에서 젊음의 거리까지 336m 정도 걷는 동안 1층 점포 15곳 중 문을 연 곳은 8곳에 불과했다. 4번 출구 인근 1층 점포 5곳 중 4곳은 폐업했거나 임시 휴업했다. 유일하게 ‘스타벅스’만 영업 중이었다. 한때 종각 상권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불렸던 4번 출구 바로 앞 ‘빠이롯트’ 빌딩은 4층 건물 전체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젊음의 거리’로 통했던 종각 일대 상권에서 젊음이 사라졌다. 상권을 떠받치던 학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20대 학생들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학원 수업이 온라인 영상 수업으로 대체되는 추세인만큼,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종각에서 더 이상 젊은이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종각 상권이 부활하려면 종로 일대 직장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면적인 체질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땅집고] 지난 22일 오후 종각지하도상가. 오가는 이가 거의 없어 한산하다. 현재 지하도상가 10곳 중 4곳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박기람 기자


■위기의 종각…지하상가 10곳 중 4곳 문 닫아

종각 학원거리의 몰락은 사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일은 아니다. 이미 2010년대부터 시작됐다. ‘젊음의 거리’ 초입에 위치해 2000년대 초반 어학계를 주름잡던 정철어학원, 이익훈어학원 등 대형 학원 다수가 2015년 전후로 문을 닫고, 현재 남은 학원들은 영업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토익으로 유명했던 플랜티어학원은 현재 토익 오프라인 강좌를 접고 GMAT 수업만 한다. 파고다어학원은 현재 ‘파고다어학원 종로타워’를 수강센터로만 운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오프라인 대형 학원은 해마다 매장을 줄이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종로구 지역 사설학원은 총 243곳으로 나타났다. 2017년 297곳, 2018년 274곳, 2019년 259곳에서 계속 줄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비용이 훨씬 절감되는 모바일·PC 등 온라인 강좌로 대거 이동했고, 오프라인 강좌도 주택가 인근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종각 일대는 주변 직장인을 겨냥한 공인중개사시험 등 자격증 학원만 일부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권이 쪼그라들면서 종각지하상가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호선 종각역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종각지하쇼핑센터는 현재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종각역 저녁 상권이 죽으면서 그 여파가 지하상가까지 미친 것. 종각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105개 점포 중 작년부터 올해까지 폐점한 점포는 30곳이 넘는다. 임대료·관리비는 내지만 영업을 포기한 가게 10여 곳까지 합치면 공실은 전체의 40%에 가까운 40곳을 훌쩍 넘어간다.

그나마 문을 연 상점도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오후 10시까지 영업했지만 이제는 오후 8시만 돼도 문을 닫는다. 매출이 격감한 점포도 늘고 있다. 종각지하상가 상인 B씨는 “30년 동안 가방 장사했는데 요즘 너무 힘들어서 폐업할 생각”이라며 “예전에는 하루 10만원은 쉽게 팔았는데 이제 2만~3만원 개시하기도 힘들다. 종각 상권이 다 죽으면서 지하상가도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땅집고]서울 종로구 중대형 상가 공실률 추이. /한국부동산원


종각을 중심으로 한 종로 일대 상가 공실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종로의 중대형 상가는 2분기(9.8%)보다 공실률이 높아진 10.9%를 기록했다. 종로구의 S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0년 전까지 종각을 찾았던 젊은 소비층이 이제 개성 없는 종각 대신 인근의 익선동이나 을지로로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 '젊음의 거리' 초입 건물. 거리 곳곳에 공실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기람 기자


■ “학생 떠난 종각, 오피스 상권으로 활로 찾아야”

업계에서는 코로나 종식 이후 종각 상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떠난 자리를 인근 직장인이 메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동석 원빌딩 본부장은 “종각 인근 광화문이나 종로 5가는 여전히 직장인 발걸음이 활발하다. 종각도 직장인이 주로 찾는 ‘오피스 상권’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한국 최초 마천루로 불리는 종로구 삼일대로 앞 삼일빌딩이 최근 리모델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현재 종각을 메인으로 한 종로 오피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공실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종로 오피스 공실률은 13.2%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떨어졌다. 이 일대 오피스 상권 공실률은 2018년 2분기 21.36%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9년 1분기부터 현재까지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종각을 제대로 된 오피스 상권으로 만들려면 리모델링 등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 본부장은 “종각은 서울 중심부에 있어 입지가 좋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을 정도로 건물 노후화가 심각하다”면서 “종각 일대를 테헤란로에 버금가는 오피스 상권으로 육성하려면 리모델링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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