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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이비지!" 뜬금없는 건물에 주민들 부글부글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1.11.19 07:31 수정 2021.11.19 12:15
[땅집고] 서울 지하철 3호선 원당역 출구 인근에 설치된 '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사현장 가림막./손희문 기자


[땅집고]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서울 지하철 3호선 원당역 5번 출구 주변으로 낡은 다세대주택과 상가 건물들이 보이고, 한 가운데에는 도로를 따라 둘러쳐진 3m 높이 펜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 펜스에는 ‘고양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1호 조성사업’이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부지는 과거 환승주차장이 있던 곳으로 국토교통부와 고양시는 이곳에 주거·산업·행정 기능을 가진 ‘도시재생 복합 거점’(사업명)을 조성하고 있다. 축구장 2개 크기인 원당역 인근의 옛 환승주차장(약 4400평) 부지에, 최고 20층 연면적 9만9836㎡(약 3만200평) 규모의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 임대·분양아파트 218가구를 비롯해 쇼핑·병원·문화 시설과 영상·바이오산업시설이 입주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813억원 규모로 2024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3호선 원당역사에서 바라본 '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사 현장./손희문 기자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사업이란 지자체, LH 등 공공기관·지방공사 등의 주도로 쇠퇴지역 내 주거·상업·산업 등 기능이 집적된 지역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성사동의 사업은 전국 제1호 혁신지구 시범사업으로 지난 16일 착공식을 시작으로 사업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 사업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일각에선 ‘사이비 도시재생사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유는 이렇다. 보통 현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동네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골목길을 활성화해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을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이다. 물론 실제로는 도시재생사업지역이 되면 세금 수백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된다.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중에 성공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성사동 일대에서도 5년여 전부터 이런 식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정부와 고양시는 원당역 주변 노후 저층 주거지를 보존하며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가로등과 CCTV 정도만 설치했을 뿐 여전히 길은 좁아 자동차 조차 다니기 힘들고 낡은 주택과 상가는 그대로였다. 성사동 주민 이모씨(65)는 “5년간 성사동에 도시재생을 한다고 했지만 동네에 눈에 보이는 변화는 전혀 없었고, 동네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와 고양시가 난데없이 원당역 주차장 부지에 초대형 건물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기에다 ‘도시재생 복합 거점 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땅집고] 고양성사 도시재생혁신지구 조감도./국토부



[땅집고] '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 옆에는 노후 상권가와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있다./손희문 기자


■ “정부가 대형 건물 지으면서, 도시재생이라니…”
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대형 건물을 짓는 것이 도시재생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성과가 나지 않자, 정부 주도로 대형 건물을 지으면서 여기에 억지로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붙였다고 의심한다. 지역 상인들은 아예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원당시장상인회 관계자는 “낙후된 동네 한가운데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이곳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재래시장이 어떻게 버티겠느냐”며 “낡은 재래시장은 그대로 놔두고 정부가 나서서 대형 쇼핑시설을 짓는 것에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땅집고] '성사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길 하나를 두고는 노후 상권가와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있다./손희문 기자


국토교통부는 “정부 주도로 대형 건물 짓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냐”는 질문에 “노후지역에 거점이되는 건물을 심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도 도시재생의 하나” 라고 주장했다.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원도심의 유출된 인구와 사업체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대규모 집객시설의 유치가 필수”라며 “혁신지구가 완공 이후 2년 내에 성사동 지역상권에 대한 활성화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과의 협의를 이뤄나가는 등 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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