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리포트] 15년 만에 완공 눈앞에 둔 판교 랜드마크 ‘알파돔시티’
[땅집고] 지난 18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내 판교역. 신분당선과 경강선이 정차하는 이 역 출입구로 쉼없이 이용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쪽 현대백화점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와 업무미팅을 나온 직장인, 구직에 나선 개발자들까지 몰려들기 때문이다. 판교역 지상으로 나오자 대형 빌딩 4개와 이를 한 번에 연결하는 ‘공중 보행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IT(정보기술) 업계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입주를 앞둔 ‘알파돔시티’와 스카이브릿지 ‘컬쳐밸리’다.
지상 1~3층에 들어선 상가도 인파로 북적였다. 공실은 찾기 어렵다. 일부 점포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인근 IT기업 직원 A씨는 “알파돔시티는 판교역에서 내리면 바로 올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면서 “판교역 지하와 남쪽에 대형 공영주차장도 있어 외부인과 미팅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총 사업비 5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 ‘알파돔시티’가 사업 추진 15년 만인 오는 12월 완전 준공을 앞두고 판교의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좌초 위기까지 겪었던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화려한 대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알파돔시티는 부지 면적만 13만7727㎡(4만1000평)에 연면적 40만평으로 국제규격 축구장 180개 면적과 맞먹는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지상 15층 오피스 빌딩 4동과 주상복합 아파트 2개 단지(총 931가구), 현대백화점과 오피스텔(힐스테이트 판교역, 516실), 특급호텔로 이뤄져 있다. 주거와 업무·상업시설이 한 곳에 어우러진 도심 속 콤플렉스, 즉 복합단지다.
■ 우여곡절 끝 15년 만에 완성된 랜드마크
알파돔시티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 사업자와 손잡고 추진하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기획됐다. LH와 지방행정공제회를 비롯해 롯데·두산·GS건설 등 건설사 6곳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2007년말 닻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5조원대 사업비를 조달할 길이 막막했던 것.
하지만 설계를 변경해 사업비를 줄이고 일부 출자자가 건물을 선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2011년엔 신분당선이 뚫리자, 금융권의 사업성 평가가 좋아지면서 사업비 조달에 성공해 위기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당초 2016년 준공 목표였지만 5년 이상 길어졌다. 건물은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완공했고, 공중보행통로인 컬처밸리도 올 11월에 완성됐다.
■“A급 개발자 잡아라” 알파돔시티로 모여드는 공룡들
알파돔시티 핵심 시설은 4동의 업무용 빌딩이다. 이 빌딩에는 입주기업뿐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업체 직원들까지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판교의 중심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알파돔시티의 진면목이 내년부터 더욱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IT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사를 옮겨오기 때문이다.
카카오그룹은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체를 내년 5월 알파돔시티 6-1블록으로 이전한다. 이미 6-3블록에 둥지를 틀고 있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알파돔시티로 모이게 된다.
네이버도 분당 정자역 인근 본사와 계열사에서 2000여명의 조직이 알파돔시티 6-2블록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미 6개 층에 대한 임대계약을 마친 상태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네이버웹툰과 스노우는 알파돔시티 6-4블록에 먼저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올 6월 본사를 이전한 크래프톤은 개발인력을 비롯한 일부 조직을 알파돔시티 크래프톤타워에 남겨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크래프톤타워 빈자리에 선행기술원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태평양도 판교 분사무소를 알파돔시티에 둘 예정이다.
기업들이 알파돔시티로 몰려드는 것은 갈수록 귀해지는 개발 인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제조업체까지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면서 “알파돔시티는 판교역 초역세권으로 출퇴근 여건이 좋고 주변에 생활 인프라도 뛰어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 입주에 정주 여건 좋아…집값도 껑충
알파돔시티에 기업이 속속 입주하면서 집값도 상승세다. 특히 판교역이 가깝고, 교육환경이 갖춰진 백현마을과 봇들마을 일대가 강세다. 알파돔시티 내 주거단지인 ‘알파돔시티 판교 알파리움’도 인기가 많다.
알파돔시티 판교 알파리움은 2개 단지 931가구로 입주예정 기업 임직원이 주로 찾는다. 전용 96㎡ 호가가 21억~23억원 수준이다. 전세와 월세 수요도 많다. 알파돔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월세 위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45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백현마을과 붓들마을 아파트는 불과 500m 떨어진 이매동 일대보다 10억원 가량 비싸게 거래된다. 백현동 일대 대장주 아파트인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는 지난 9월 2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올 5월(23억7800만원)보다 3억원 가량 올랐다.
삼평동과 백현동 집값이 비싼 이유는 알파돔시티에 입주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판교 일대 유동인구 대부분을 흡수하는 공룡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판교나 동탄 등 벤처·IT 업체가 많이 입주한 신도시에는 젊은 고소득자가 많아 웃돈을 주더라도 좋은 위치에 좋은 환경을 갖춘 단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본격 입주하고, 2025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성남역까지 개통하면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판교=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