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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싼 동네 학교는 안된다?…위례 입주민 집단항의 논란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11.17 15:05 수정 2021.11.18 14:15

[땅집고] “위례호반써밋1·2차 초등학교 배정시 (위례신도시 밖에 있는) 거원초등학교는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고, 위례신도시 안에 있는 위례솔초등학교에 배정하거나 새로운 학교를 신설해 주세요.”(호반써밋송파1·2차 입주예정자)

“호반써밋1·2차는 가까운 거원초등학교로 배정해야 합니다. 위례솔초등학교는 이미 주변 아파트2500가구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입학 예정이라 과밀학급이 우려됩니다.” (위례포레샤인17단지 입주자)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1·2차’와 ‘위례포레샤인17단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자녀들의 학교 배정 문제를 놓고 집단 민원을 신청했다. 입주예정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주거 선호도가 낮은 신도시 외곽 학교를 기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호반써밋송파1·2차’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A씨는 지난달 21일 서울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 배정 학교인) 거원초등학교는 단지에서 멀고 횡단보도 2개와 공사장 구간을 다녀야 해 안전하지 않다. 위례신도시 안에 있는 위례솔초등학교(2022년 2월 개교)에 배정하거나 새로운 학교를 신설해 달라”고 주장했다.

[땅집고] 위례호반써밋 송파1,2차 입주예정자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 /교육청


A씨 등이 이런 민원을 제기한 발단은 원래 아파트 옆에 짓기로 예정됐던 초등학교 신설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위례호반써밋1차(690가구)와 2차(709가구) 사이에 신설하기로 한 산빛초등학교 건설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학교를 신설하려면 택지지구 내 최소 4000~6000가구가 신규로 분양해야 한다”면서 “아직 학교 신설이 필요할 만큼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학령 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신설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두 단지를 합쳐 1400여가구다.

[땅집고] 초등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위례신도시 주요 아파트와 초등학교 위치. /전현희 기자


그런데 지난 2일에는 ‘위례포레샤인17단지’ 입주민이라고 밝힌 B씨가 A씨 청원을 반박하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B씨는 “호반써밋1·2차 입주민들은 거원초등학교가 낙후 지역에 있기 때문에 배정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위례포레샤인17단지 바로 옆 위례솔초등학교는 이미 주변 아파트 2500가구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입학 예정이라 과밀학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송파강동교육지원청은 호반써밋1차는 위례별초·송례초로 호반써밋2차는 위례솔초로 각각 분산 배정하기로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라 위례솔초 배정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위례포레샤인17단지 입주민들이 우려했던 ‘학교 과밀’ 문제는 없어질 전망이다.

위례신도시 입주민들 사이에 속칭 ‘기피 학교’가 된 거원초등학교는 송파구 거여동에 있다. 호반써밋1·2차와 같은 행정동에 있지만 위례신도시 경계 바깥이다. 호반써밋1·2차에서 거원초등학교까지 거리는 약 1km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호반써밋1·2차 입주 예정자들이 배정받기 원하는 위례솔초등학교까지는 1.5km로 거원초등학교보다 더 멀다.

[땅집고] 위례신도시 주요 아파트 통학구역 배정 내용. /전현희 기자


학군 배정을 둘러싸고 입주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녀를 좋은 초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욕망뿐만 아니라 배정되는 학교에 따라 집값도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3대 학군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아파트의 경우 진학하는 초등학교에 따라 집값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사례도 있다. 목동우성(332가구·1992년 입주)과 목동건영(299가구·1994년 입주)은 직선거리 150m 정도 떨어진 단지다. 입주 시기나 단지 규모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목동우성이 신시가지 초등학교 학군에 속하는 반면 목동건영은 그렇지 않다는 것. 문제 이 차이가 집값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 목동우성 전용 84㎡는 지난 7월 13억7000만원에 거래된 반면 신시가지 학군이 아닌 목동건영은 같은 주택형이 반값 수준인 7억6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목동우성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녀가 아예 없거나 이미 교육이 끝난 경우가 아니라면 목동건영보다 목동우성를 훨씬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동송파교육청은 이달에 초등학교 신설 여부와 통학구역을 확정하고 입주예정자들에게 배정 학교를 통보할 예정이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신설 기준이 되는 아파트 가구 수를 4000~6000가구라고 정하고는 있지만 통학구역에 관해서는 특별한 근거 법규가 없어서 공동주택 분양 등에 따라 학생수가 유발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다만 최근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인근 학교 분산배치가 가능하다면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학교 수를 늘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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