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구 아파트 시장이 올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공급 과잉 여파로 아파트 청약 미달이 늘어남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매매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에 이어 내년과 후년까지 2년 연속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아파트값 하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 대구 아파트 입주물량, 2023년에 3만2000가구로 절정
대구 아파트 값은 올해 하반기 들어 아파트값이 0.81% 오르는 데 그쳐 지방광역시 5곳(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평균 상승률(3.65%)에 크게 못 미친다. 상반기만 해도 매주 아파트값이 0.2~0.4%씩 올랐던 대구는 올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지난주 대구 동구(-0.02%)와 남구(-0.03%)는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구 봉무동에서 4월 공급된 ‘이시아 팰리스’, 동구 율암동에 조성되는 안심뉴타운 내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가 미분양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브랜드가 약한 중소형 건설사가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분양해서 미분양이 난 것일 뿐”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이 분양한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까지 청약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올해 3월 153가구에서 9월 2093가구로 불과 6개월 사이에 약 13배 증가했다.
대구의 상황은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세종시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시는 올 하반기 들어 16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해 현재 유일하게 집값이 내리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7668가구에서 내년 2157가구로 줄어드는 반면, 대구의 아파트 입주는 내년과 후년을 갈수록 더 크게 늘어난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노우즈’ 등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만5904가구에서 2022년 2만935가구, 2023년 3만1965가구로 급증할 전망이다. 향후 3년간 입주 물량을 합치면 7만여 가구에 달한다. 인구가 4배 많은 서울 지역 전체 연간 3만 가구 정도가 분양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의 최근 공급량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2~3년간 인허가 폭증…대구는 전역이 공사장”
실제로 최근 2∼3년간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쏟아지면서 대구 전역은 공사판을 방불케한다는 말이 나온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사업 승인이 난 180곳 가운데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장 수는 130곳 안팎이다. 대부분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고 성토 작업을 진행중인 공사장도 적지 않다. 20여 곳은 준공 인가를 준비하거나 마감 공사 중이다. 대구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A씨는 ”재개발 사업 활성화로 어디를 가든 하늘을 보면 우뚝 선 크레인이 보인다고 할 만큼 도시 곳곳이 공사판이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의 도심인 중구·수성구에 있는 신축 공사장 수가 26곳으로 가장 많았다. 중구에서는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달성공원 옆에 1501가구 규모 ‘달성파크푸르지오힐스테이트’를 시공 중이다. 길 건너편에는 힐스테이트도원센트럴(894가구)이 공사 중인데다 인근 경부선 철로 쪽에는 ▲‘태왕디아너스오페라(598가구)’, ▲‘힐스테이트대구역오페라(1207가구)’, ▲‘대구오페라더블유(1088가구)’, ▲‘대구오페라스위첸(854가구)’ 등이 아파트 골조 공사를 진행중이다.
수성구에는 태왕E&C가 2호선 만촌역 역세권 단지인 ‘만촌역태왕디아너스’를 시공 중이다. 길 하나를 두고 ‘해링턴플레이스만촌’과 ‘만촌역서한포레스트’도 착공에 돌입했다. 이밖에 수성구에서는 ▲‘수성푸르지오리버센트’ ▲‘더샵수성오클레어’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 ▲‘수성범어더블유 ▲‘호반써밋수성’ 등이 터파기 공사를 비롯해 골조 공사를 진행중이다.
■“대구 다시 미분양의 무덤 되나”
대구 집값이 워낙 단기간에 많이 올라 당분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주택 소유자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구 집값은 문재인 정부들어 18% 정도 올랐다. 수성구 아파트값은 4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2~3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 그동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금융시스템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구는 ‘미분양 주택의 무덤’으로 유명했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현재 대구 아파트 시장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데다, 올 상반기부터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진입했다”며 “특히 2023년에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하락세가 더 강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