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살다 살다 월셋집에서 고기 구워먹으면 안된다는 말은 또 처음 듣네요.”

빌라 월셋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다는 이유로 이웃으로부터 경찰에 신고당한 사연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다. 신고한 이웃은 전세 세입자로, “월세 세입자는 남의 집에서 고기를 구우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에서 고기 구워먹다가 경찰 출동’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여성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주말에 대패삼겹살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인근 마트에서 삼겹살과 야채를 사왔다고 했다.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 시점은 오후 1시쯤. 한창 맛나게 먹고 있는데, 이웃집 B씨가 초인종을 눌렀다.

B씨는 “왜 빌라에 살면서 대낮부터 고기를 굽느냐, 냄새는 어쩔거냐”고 화를 냈다. 당황한 A씨는 “내 집에서 고기 구워먹겠다는데, 이게 무슨 문제되냐”고 맞섰지만, B씨는 “나는 전세지만 아가씨는 딱 봐도 월세인데 남의 집에서 고기를 구우면 되느냐”고 했다.

B씨 말에 화가 난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친구 3명을 불러 본격적인 ‘고기 파티’를 열었다. 그러자 B씨는 또 다시 초인종을 누르며 항의했다. A씨는 “그렇게 고기 냄새가 나면 이사 가시라”고 하자, B씨는 “나는 전세이니 나가려면 월세인 니가 나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B씨는 A씨가 빌라에 고기를 구워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빌라에서 고기를 구워먹지 말라는 법은 없다. 본인 집에서는 본인의 자유가 있다”고 중재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정말 B씨 주장대로 월세 세입자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월세든, 전세든 계약 유형과 관계 없이 세입자에게 임차목적물인 주택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주택 파손을 우려해 임대차계약서에 ‘애완동물 금지’나 ‘벽걸이 TV 금지’ 같은 특약 사항을 걸긴 하지만, ‘고기 굽지 않기’ 조건은 일반적이지 않을 뿐더러 세입자 일상생활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는 제약이라는 것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분쟁을 벌이는 일은 이해 관계상 흔하지만, 전세세입자가 이웃 월세세입자 대상으로 고기굽는 냄새를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A씨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고 경찰이 출동할 만한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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