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상권’의 사전적 정의는 재화와 용역, 서비스 등을 소비하는 상업적 영향권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수요자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의미로 와닿는다. 인기 TV예능 ‘골목식당’에서는 평범한 식당골목이 ‘골목 상권’으로 활성화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골목식당이 골목 상권으로 변신하는 곳에서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①다양성 ②배후수요, ③확장성이다. 이는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깊다. 3가지는 ‘뜨는 상권’이 갖춰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① 다양성 : 공간과 수요의 다양성은 골목을 상권으로

골목 상권은 주거지 인근 근린상권이 활성화하거나 전통 상권이 배후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공장지대와 주거지였던 성수동과 한남동 상권, 홍대 상권에서 뻗어나간 연트럴파크(연남동), 상수 카페거리(상수동), 망리단길(망원동) 등이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대부분 주거 용도가 상업 용도로 변경되면서 리모델링, 신축 등의 건축 행위가 뒤따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거와 업무, 상업 용도가 혼재되고 건물도 구축과 신축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상권이 형성된다. 이런 지역에선 큰길보다 골목길이 많아 길을 걷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상권의 특징이 수요자에게 각광받으며 모이는 곳이 되고 핫플레이스가 형성된다.

② 배후수요 : 소비력 있는 배후수요에 인구증가 여력 있다면 차세대 대표 상권

골목 상권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 서촌처럼 핫플레이스가 된 후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 젠트리피케이션 즉,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다시 공실이 증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핫플레이스가 유지되려면 탄탄한 배후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자생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핫한 성수동과 한남동 상권은 고급 주거지와 업무시설 등 배후 수요가 좋고 향후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재개발 구역이 많아 자체 소비 여력이 풍부하다. 떴다가 지는 상권이 외지인 소비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면 이런 곳은 고급 주거와 오피스라는 상주 인구가 생겨 자생도 가능하다.

③ 확장성 : 공간과 수요가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안정적

상권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공간과 수요의 확장성은 필수다. 지역이 한 번 정비된 후 다시 재정비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리는데 수요자는 계속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간 확장의 가장 좋은 예로는 홍대 상권에서 확장된 합정동, 상수동,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 등을 들 수 있다. 이 상권들은 개별적으로 개성이 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생하는 하나의 상권이다.

주변에 재개발 지역이나 교통 개발 호재가 있다면 배후수요가 확장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반면 재개발로 상권이 멸실될 예정이라면 장기적으로 좋은 상권이 되기 어렵다. 토지는 움직이지 않지만 상권은 계속 살아서 움직이고 흐른다. 사람과 돈이 모여 상권을 이루듯이 상권의 흥망성쇠도 상권을 찾는 수요자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의 골목 상권이 관광 상권이 될 수도 있고, 전통 상권이 새로운 콘셉트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수도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새로운 레시피 등으로 맛과 공간을 개선하면서 식당을 살리지만, 그 과정을 공감한 시청자들이 식당을 방문하고 그 경험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식당골목을 골목상권으로 만들어 간다. 이렇듯 전국의 많은 골목이 수요자와 함께 살아있는 상권을 만들어 자생력 있고 오래갈 수 있는 대표 상권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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