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이지" 아이들 신고한 입주자대표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11.10 10:40 수정 2021.11.10 14:07

[땅집고]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땅집고] 아이가 적은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와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주민이 아닌 어린이들만 골라 경찰에 놀이터 기물파손으로 신고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폐쇄회로(CC)TV를 봐도 그런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였다”고 덧붙였다.

[땅집고] 서울의 한 아파트 놀이터.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조선DB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후 열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 임시회의에서는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주자대표 회장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A씨를 고소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부모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아파트는 대부분 유치원생이나 갓난아기가 많은데 평소 인근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주 놀이터에 놀러 오면서 화단을 짓밟거나 소음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도 아이들이 미끄럼틀 통 위에 올라가 위험하게 놀고 있길래 주의를 주다가 훈계 차원에서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라며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뺏거나 관리실에 강제로 가둔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아파트 입주민이 놀이터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생기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유지인 아파트 공동 시설에 외부인 출입을 막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놀이터에 외부 어린이가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정다은 변호사는 “만약 놀이터에 방문한 외부인이 사고가 나면 관리 주체인 아파트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손해 배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파트 측에서 출입을 통제할 수는 있는 근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나 사회 상규상 아이들이 개방된 놀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침입했다고 처벌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시설에 무단으로 침입할 경우는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하는데, 주택을 제외한 건물로 지붕, 벽, 기둥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놀이터는 개방된 공간으로 지붕, 벽, 기둥이 있는 건조물이 아니라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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