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걸 건물이라고…" 세금 축내는 골칫덩이 '사회주택'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11.09 07:09 수정 2021.11.09 12:53
[땅집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1년 반째 비어 있는 한 사회주택.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실



[땅집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작년 6월 공사를 마친 7층짜리 다세대 주택.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사실 불법으로 공사한 탓에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1년반 넘게 텅 비어 있다. 건축법상 다세대 주택은 도로에서 1m 이상 떨어져 지어야 한다. 그런데 이 건물은 도로까지 이격 거리가 70~83cm에 불과하다. 알고보니 시공사가 측량점을 잘못 잡아 생긴 실수였다. 건축업계에서는 “사업자가 건축의 기초도 몰라 생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이 주택이 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외벽 부분을 이격 거리에 맞춰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5억원 이상 비용이 들고 내부 시설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 내부 천장에는 곰팡이만 늘어나고 있다.

이 주택은 비영리단체인 U협동조합이 시행한 이른바 ‘사회주택’이다. 사회주택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야심작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토지와 금융비용 등을 지원해 비영리 법인 등이 공급하고 운영하는 주택이다. 주변 시세 대비 80% 수준의 낮은 임대료와 최장 10년간 주거 보장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땅집고] 강서구 화곡동의 한 사회주택 내부. 1년 반째 방치돼 천장 전체에 곰팡이가 피었다.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실


[땅집고] 강서구 화곡동의 한 사회주택. 지난해 6월 완공됐지만, 구청의 사용승인을 받지 못 해 1년 6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실


박 전 시장이 주도했던 ‘사회주택’이 도입 취지와 달리 사업자 전문성 부족으로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이성배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8년 이후 공급한 사회주택은 총 56곳·1017가구로 이 가운데 최소 19곳·262가구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멈춰서 ‘입주 불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5년까지 사업이 멈춘 경우도 있다.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종로구 창신동의 한 사회주택은 종로구청 건축심의 과정에서 수차례 사업계획(신축→리모델링→신축)이 변경되며 5년이나 지연됐다. 지난 4월 착공해 공사를 하고 있지만, 이후 인접 주택의 담장 토지경계 침범과 철거 문제로 민원이 발생해 또 다시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다.

가장 많은 지연 사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출 지연에 따른 인한 사업비 미확보로, 모두 11건에 달한다. 서류가 미비해 대출을 못 받은 경우가 많다.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사회주택은 올 2월 착공했지만 공정율 2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지급한 기성금(6억6000만원) 중 일부(5억3700만원)에 대한 사용내역이 소명되지 않아 사업비 추가대출이 중단되면서 공사가 멈췄다.

[땅집고] 화곡동 사회주택은 도로와 건물 간 이격거리를 지키지 않아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적공사 담당자의 컴퓨터 캡쳐화면. /이성배 서울시의회 의원실

[땅집고] 사회주택 사업 구조. /서울시


사회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의 업무 능력 부족이다. 화곡동 사회주택은 전문성 없는 비영리단체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문제가 생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의원은 “시공사인 N사는 원래 시공 전문 회사가 아닌 사회주택 운영사업자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면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동종업계에서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사회주택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며 손질 의지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대대적인 구조 점검을 예고하며 사회주택을 대표적인 대상으로 꼽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월 말로 예정됐던 감사 결과가 11월 중으로 밀렸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조화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제일 큰 문제로 보는 부분이 입주자 보호 취약과 공급 효과가 없다는 점인 만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서 재구조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주택 재구조화 방안은 이르면 연내 나올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회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를 앞세우고 있지만 있지만 실제로는 부실기업이 시행·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세입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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