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차권 팔아 180 수익^^"…입주민 열 뻗치는 신종 재테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11.03 07:33 수정 2021.11.03 13:58


[땅집고] “‘당근마켓’에 우리집 아파트 주차권이 월 15만원에 팔리고 있네요. 1년치라면 180만원 용돈을 버는 셈이니 이거야말로 창조경제 같긴 한데…. 정말 주차권 팔아서 현금 챙겨도 별 문제 없을까요?”

최근 아파트·오피스텔 단지마다 일명 ‘주차권 재테크’에 나선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본인이 거주 중인 공동주택에서 발급받은 입주민 전용 주차권을 외부인에게 팔아 현금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특히 주차공간이 부족한 서울, 수도권 도심이나 주요업무지구를 끼고 있는 단지에선 이 같은 주차권 재테크 사례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땅집고] 서울 도심 곳곳 아파트 및 오피스텔 단지 월 주차권이 10만~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당근마켓 캡쳐


실제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주차권’이라고 검색하면 아파트·오피스텔 주차권 매물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단지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강북 도심 기준으로 한 달치 주차권 시세가 10만~15만원 정도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에선 서울 광화문업무지구와 가까운 종로구 사직동 ‘풍림스페이스본’ 아파트 주차권이 월 12만원에, 공덕업무지구와 가까운 5호선 애오개역 근처 ‘효성인텔리안’ 오피스텔 주차권은 월 10만원에 올라와 있다. 강남권에선 2호선과 수인분당선이 지나는 선릉역 근처 '선릉대림아크로텔’ 오피스텔 주차권이 18만원에 매물로 등록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입주민들의 주차권 판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먼저 “내 재산을 처분(?)하겠다는데 별 문제 없어 보인다. 특히 자동차를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구라면 외부인에게 주차권을 팔아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외부인이 주차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정작 입주민들이 차 댈 공간이 모자라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민폐”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일부 단지에선 주차권 판매로 인한 주차난이 심각해져, 외부인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등록 차량을 전수조사한 뒤 해당 단지로 전입신고된 등본을 제출한 입주민들에 한해서만 차량등록증을 발급하거나, 입구 차량인식장치를 새로 갖추기도 한다.

[땅집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주차권을 팔아 개인 수익을 냈다간 관리주체로부터 고발 조치 당할 수도 있다. /이지은 기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공동주택 주차장이 법으로 지정한 공용시설인 점을 감안하면, 주차권을 개인이 무단으로 팔아 영리를 취하는 행동은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며 민법상 부당이득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해 규정한 지자체별 ‘공동주택관리준칙’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주차장을 임대할 때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필요한 데다가, 결정한 내용에 대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 때 ▲임대기간 및 임대조건 ▲임대한 주차대수 및 위치 ▲이용자의 범위 및 이용조건 ▲개방 가능한 시간 등도 함께 정해야 한다.

주차장을 외부인에게 임대해 벌어들인 수익도 개인이 쓸 수 없다. 해당 금액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입주민들로부터 걷어들는 관리비 외 소득이라 ‘잡수입’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잡수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단지별 관리규약으로 정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일일이 점검하지 않는 이상 어떤 입주민이 ‘주차권 재테크’를 하는지 정확히 가려낼 수는 없겠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이 공동주택 주차권을 무단으로 팔아 수익을 낼 경우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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