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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성지' 명동의 처참한 추락…월세 반토막에도 텅텅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11.02 07:05 수정 2021.11.02 11:18

[2021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① 화장품 매장과 관광객 떠나니 무너진 명동, 새 먹거리 찾아야

[땅집고] 한때 서울 명동의 메인 골목 중 하나였던 '명동 2번가' 1층 매장이 텅텅 비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외국인 발길이 뚝 끊기면서 명동 상권 절반은 텅텅 비었어요. 명동 중심부 건물주들은 워낙 부자들이라 버티고 있지만,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임대료도 낮추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지하철 명동역 5번 출구에서 도보 3분쯤 걸리는 골목에는 행인을 찾기 어려웠다. 한때 스포츠웨어와 먹거리골목으로 유명세를 떨친 명동 대표 거리 중 하나인 ‘명동 2번가’다. ‘스파오 명동점’부터 일직선으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까지 약 300m를 걷는 동안 문을 연 1층 점포는 10곳이 채 안됐다. 방문객으로 미어터지던 길거리 푸드 트럭이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로드샵(길거리 직영점)은 문을 닫았다.

‘K뷰티 로드’로 불리며 명동의 관광특구 이미지 만들기에 한몫 했던 화장품 업계가 무너지면서 명동 상권이 갈림길에 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관광객 감소가 원인이지만, 화장품 산업 성장세가 떨어진 만큼 예전 모습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새 먹거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땅집고] '명동 유네스코길' 화장품 로드샵 3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박기람 기자


■‘K뷰티 성지’ 명동의 몰락…화장품 매장 117곳서 36곳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8월 기준으로 명동 상권 내 화장품 판매점은 36곳에 불과하다. 2019년12월 128곳에서 지난해 6월 117곳, 지난해 12월 77곳으로 줄어든 이후 올 6월부터 36곳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도 대폭 줄었다. 서울시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빅데이터를 보면, 명동거리 화장품 업종의 점포 1곳 당 평균 매출액은 2019년6월 1억6812만원, 지난해 6월 9360만원에 이어 올 6월 7295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상권면적 20만7240 ㎡에 달하는 명동거리 점포 20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이 조사에서 1층 임대료는 3.3㎡당 21만1546원으로 전년 동기 23만4919원에 비해 낮아졌다.

실제로 많은 화장품 매장이 명동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 명동점 플래그십스토어는 최근 문을 닫았다. 에뛰드는 명동에 10여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 명동 7호점 한곳만 운영 중이다. 이 매장마저 영업시간을 조정해 단축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의 H&B스토어 ‘랄라블라 명동중앙점’, 1세대 K-뷰티 ‘미샤 명동점’ 등도 명동에서 철수했다.

[땅집고]명동 일대 화장품 판매점 추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현재 명동거리 일대는 폐업했거나 영업시간을 조정해 낮에는 문을 닫은 점포로 가득했다.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명동의 중대형(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이상) 상가 공실률은 47.2%로 상가 절반이 텅 비었다. 지난해 3분기(9.8%)와 비교하면 1년 만에 공실률이 5배 가까이 치솟았다.

■명동 메인 ‘중앙통’ 빼면 월세 반토막

명동을 이루는 5곳의 길을 따라 형성된 주요 상권 가운데 ‘중앙통’이라 불리는 명동 2번가만 임대료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중앙통은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이어지는 메인 스트리트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20년가까이 가장 비싼 건물로 불리는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를 비롯해 다양한 화장품 로드샵과 신발, 의류 브랜드 매장이 늘어서 있다.

[땅집고]명동 일대 주요 상권 지도./이지은 기자


나머지 1번가, 3번가, 충무로길, 유네스코길은 최근 임대료가 크게 떨어졌다. 1번가는 ‘스파오 명동점’에서 출발해 눈스퀘어가 있는 지점까지 이어져 길거리 음식과 보세 의류 상점이 밀집한 공간이었다. 3번가는 나인트리호텔명동에서 유네스코길까지 이어지는 길로, ‘명동교자’ 등 프랜차이즈 식당가가 밀집해 다른 상권보다 그나마 타격이 덜한 편이다. 1~3번가가 세로길이라면, 충무로길과 유네스코길은 가로길이다. 충무로길은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중부세무서부터 네이처리버플릭 명동월드점을 거쳐 쭉 이어지는 길이고, 유네스코길은 명동 롯데백화점 지점 맞은편 길부터 명동성당까지의 길을 일컫는다.

상업용 부동산을 주로 취급하는 명동의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골목에 있는 1번가와 3번가의 경우 건물값이 100억원 수준이고 비싼 월 임대료가 2000만원~4000만원이라고 하면, 중앙통은 건물값만 1000억원이 넘고 월 임대료는 2억원까지 올라간다. 현재 1번가와 3번가 일부 건물 월 임대료는 1000만원까지도 내려갔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앙통 건물 소유주는 여전히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금력있는 부자가 많아 위드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명동의 메인 스트리트로 불리는 '중앙통'. /박기람 기자


■ 명동 상권의 기로…“화장품 그 다음 먹거리 찾아야”

업계에서는 화장품 업계가 떠난 명동 상권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관광 특구 상권을 먹여살린 화장품 로드샵이 빠져나간 자리를 매울만한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문제는 화장품 로드샵을 대체할 만한 업종을 당장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화장품 로드샵은 20~30평 작은 매장으로도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의류·신발·카페 등 다른 업종은 상대적으로 점포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화장품 업계가 전반적인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외국인이 돌아온다고 해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며 “명동 상권이 살아나려면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전무는 “명동은 몇 십 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특구로 상징성이 높기 때문에 상권 재편에 성공한다면 부활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하늘 길이 열리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관광객의 ‘보복 소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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