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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진짜 미쳤어요"…'전국 최고 폭등' 오산에 무슨 일이

뉴스 오산=이지은 기자
입력 2021.10.25 07:15 수정 2021.10.25 07:29

[발품리포트] 올해 집값 상승률 전국 1위 찍은 오산

[땅집고] 올해 경기 오산시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운암주공1단지' 아파트. /이지은 기자


[땅집고] “올 초만 해도 1억원대였던 아파트 호가가 지금은 최고 5억원까지 나오니 그야말로 폭등이죠.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는 갭(gap) 투자로 싹 쓸어갔고요, 인근 수원·화성에서 이사할 집을 보러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 오산시. 지하철 1호선 오산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쯤 가자 ‘운암주공1단지’ 아파트가 나왔다. 올 들어 10개월여 동안 총 180건이 거래돼, 오산시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다. 거래량뿐 아니라 집값도 상승세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가 1억8000만원이었는데, 9월에는 3억4500만원에 팔렸다. 약 8개월 만에 집값이 두 배 정도 뛴 것. 바로 옆 운암주공3단지도 마찬가지다. 84㎡ 아파트 가격이 올해 1월 2억4500만원에서 10월 5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땅집고] 전철 1호선 오산역.오산시 집값이 올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찍고 있어 주목된다. /이지은 기자


그동안 오산시는 주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변 수원·용인·화성에 비해 교통 여건이 열악하고 낡은 아파트가 많아서였다. 특히 오산시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1호선뿐이라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말까지 수도권 34평(전용 84㎡) 아파트가 줄줄이 10억원을 돌파하는 가운데 오산시 최고가는 6억6000만원(오산대역더샵센트럴시티)에 그쳤다.

그런데 올 들어 오산시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갑자기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유례없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첫째주까지 오산시 아파트 가격은 43.82% 올라 전국 1위다. 2위인 인천 연수구(39.45%)와 차이가 많이 난다. 갑자기 오산시 집값이 뛰는 이유가 뭘까.

■“수원·동탄 너무 비싸”…저평가된 오산에 몰리는 수요

[땅집고] 경기 오산시와 주변 지역 34평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 /이지은 기자


오산시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그동안 수도권에서 수원·동탄·용인 등 굵직한 지역은 집값이 많이 오른 반면, 오산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수요자가 오산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주변에서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난 수요자가 집값이 저렴한 오산시로 이사하는 경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오산시에 1만3652명이 전입했는데, 이 중 화성시에서 옮겨온 비중이 13%(1818명)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서울(9.9%·1349명)과 수원(8.9%·1223명) 순이었다. 또 오산시 아파트에 전세로 살다가 집값이 점점 오르는 것을 보고 매수를 결정한 실수요자도 적지 않다.

최근 수원 삼성전자로 출퇴근하는 20대 고객의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김도연 한국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오산 집값이 수원보다 훨씬 저렴한데, 오산에서 수원까지 차로 20분대에 도착해 출퇴근 여건이 나쁘지 않아 매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화성 동탄산업단지에 직장을 둔 고객들이 오산 아파트를 산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땅집고] 오산시 '운암주공1단지'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오산시에서 공시지가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오산시에서 거래량 상위 5곳 안에 드는 ‘운암주공1·3단지’ ‘동부삼환’ ‘우림’ 모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실거래가가 1억원 중반대로,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았다.

오산시 부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저가주택 매물을 싹 쓸어갔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000만~2000만원밖에 나지 않아 갭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매수 주체는 개인·법인 등 다양한데, 아파트 내부도 확인 안하고 가격 브리핑만 듣고 한꺼번에 5채씩 사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으로 사는 경우 온 가족 명의를 구해오기도 했다. 소득증빙 때문에 나이가 어린 자녀 명의로 매입할 때는 자녀에게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시키더라”고 했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오산시 아파트는 연일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 중이다. 부산동 ‘운암주공1단지’ 59㎡는 지난 1월 1억8000만원에서 9월 3억4500만원으로 뛰었다. 현재 호가는 5억원까지 올라있다. 2018년 입주해 오산시에서 손꼽히는 신축 단지인 ‘오산세교e편한세상’ 84㎡는 지난 9월 5억5000만원 최고가에 팔렸다. 1월까지만 해도 4억원에 거래됐는데, 약 8개월만에 집값이 1억5000만원 뛰었다.

■ 분당선 연장·트램 1호선·운암뜰복합단지 등 개발 호재도 많아

[땅집고] 오산시에 개통할 분당선 연장선, 동탄트램 1호선 노선도. /이지은 기자

오산시에 계획된 굵직한 개발 호재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하철 분당선 연장사업이 대표적.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오산~동탄~기흥을 연결하는 분당선 연장사업이 포함된 것. 노선 개통시 오산에서 강남권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 30분에서 30분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지난 8월에는 오산시와 수원 망포역~동탄역을 연결하는 동탄도시철도(트램) 1호선 노선이 국토부로부터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오산시민 중 수원·동탄으로 출퇴근 하는 인구가 적지 않아 그동안 오산시 숙원사업이다. 앞으로 기본·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3년 착공, 2027년 개통할 예정이다.

[땅집고] 오산시 '운암뜰복합단지' 사업은 올해 본격 착수했다.


오산 운암뜰복합단지 사업도 주목된다. 운암뜰복합단지는 경부고속도로와 동부대로 사이 약 60만㎡에 AI(인공지능) 분야 첨단산업단지와 주거·상업·문화시설을 함께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최근 곽상욱 오산시장은 “올해 안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후 착공해 2024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주택 부족이 갑자기 해결되기 어렵고, 개발 호재도 있어 오산시 집값이 내년까지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올해 같은 폭등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추후 부동산 하락기가 오면 서울에서 먼 수도권 외곽 집값부터 떨어지기 때문에, 오산시 집값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산=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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