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이달 들어 거래량이 뚝 떨어지며 하락 신호가 뚜렷하다. 10~11월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이후 하락세로 확연히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한문도 연세대 교수)
추석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집값 상승 분위기가 꺾였다’는 말이 나와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는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 아파트값이 오랜 상승세를 끝내고 대세 하락기에 들어설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매도 우위) 등 여러 통계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 주택구입부담지수 사상 최고…급매물도 나와
전문가들은 그동안 집값 급등을 주도했던 매수 심리가 잠잠해진 것을 하락 전환의 근거로 든다. 한문도 연세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올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역대 최고(172.9)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서울 집값 가늠자가 되는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정부가 오는 11월 추가 금리 상승까지 예고하면서 주택 시장 하방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현재 아파트 실질가격과 주택구입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사상 최고치를 이미 넘었다고 주장한다. 실수요자가 구매 가능한 주택가격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해당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최고치다. 올해 2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142.8)보다 약 30포인트 상승한 172.9다. 이 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로 해당 지역 중위가격 주택을 살 경우 원리금상환 부담을 보여준다. 소득의 4분의 1(25%)을 대출 원리금 갚는데 쓸 경우가 100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다. 2015년 1분기 83.7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16년 4분기 100을 넘어섰고 이번까지 오름세를 이어왔다.
실제로 천정부지로 오르던 서울 집값은 이달 들어 곳곳에서 하락 현상이 포착된다. 서초구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11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6일 15억 5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14일 최고가인 18억 5000만원(8층)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3억원이 빠졌다.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 102㎡도 지난 1일 직전 실거래가보다 4000만원 떨어진 19억 4000만원(6층)에 매매됐다.
일부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20억∼21억원을 호가하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67㎡는 지난주 19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시중은행 대출 중단 움직임에 매수자들이 겁을 내고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며 “매물은 다소 늘었는데 거래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공급 부족·전세난은 여전…“집값 강보합 지속할것”
반면 아직까지 집값 하락 전환을 예상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상승폭이 작지 않다는 것.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7%로,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일부 아파트가 이전보다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고 해도 상당수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거래량은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9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실수요자 유입이 이어지는 현상은 여전해 매매가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임대차3법 여파로 지속 중인 전세난이 집값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가뭄이 수도권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다시 서울 아파트값을 밀어올린다는 것.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심화되고, 내년 대선과 전세시장 불안, 정책의 신뢰성 훼손 등 주택시장에 여전히 하락보다 상승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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