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그 높은 경쟁률 뚫곤 계약 직전에 "나홀로아파트 그냥 포기"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10.20 11:46 수정 2021.10.20 14:29
[땅집고]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 기사 내용과 무관. /장귀용


[땅집고] 서울에서 분양하는 한두 동(棟)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내 주택 공급난으로 나홀로 아파트까지 수요자가 몰렸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고민과 비싼 분양가, 매도의 어려움 등으로 막판에 포기하는 당첨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는 20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앞서 8월 분양 당시 43가구 1순위 청약에 994명이 몰렸지만 27가구가 미계약 됐고, 지난달 실시한 무순위 청약에서 22가구가 또 계약 성사까지 가지 못한 탓이다.

나홀로 아파트 중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 단계에서 이탈자가 발생한 경우는 서울 곳곳에서 발견된다.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VT스타일)은 지난 7월 청약에서 47가구 모집에 1685명이 몰려 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70%에 달하는 33가구가 무순위(줍줍)으로 나왔다. 무순위에서도 1872명이 몰려 57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또 다시 미계약 주택이 나왔다. 강서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도 지난달 459대1로 청약을 마감했지만, 18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왔다. 18일 실시한 무순위 청약에는 2054명이 몰렸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나홀로 아파트 가운데 무순위 청약 없이 1순위에서 완판에 성공한 단지는 단 2곳에 불과하다. 올해 3월 분양한 자양하늘채베르(2동·165가구)는 일반공급 27가구에 9919명이 몰려 1순위에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4월 분양한 관악 중앙하이츠포레(2동·82가구)도 1순위 청약에서 18가구 모집에 3922명이 몰려 2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모든 주택형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나홀로 아파트에서 유독 다른 대단지 아파트보다 계약을 포기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이유는 높은 분양가에 비해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적기 때문이다. 당첨자 입장에서는 당장 내집마련에 대한 욕심으로 청약을 신청했지만, 계약이 다가오면서 장단점을 꼼꼼히 따지다 보면 청약통장을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는 것.

실제로 나홀로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보다 3.3㎡(1평)당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다. 나홀로 아파트가 유래를 찾기 힘든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00가구 미만의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은 분양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은 작은 주택형을 공급해 분양가를 낮아보이게 만드는 전략을 취한다”면서 “복층으로 구성해 실제 사용하는 면적이 크다고 홍보하는 것도 분양가를 낮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눈속임’ 중 하나”라고 했다.

나홀로 아파트의 자산가치가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도 미계약자들이 속출하는 이유다. 대단지 아파트와 나홀로 아파트의 분양가가 비슷하다고 해도 입주 후 가격 격차는 비교가 무색할 만큼 크다.

실제로 100m 정도 거리에 불과한 동대문구 답십리엘림퍼스트(2020년 12월 입주, 79가구)와 답십리 래미안 위브(2014년 10월 입주, 2652가구)는 비슷한 면적 주택형의 가격차가 4억원에 달한다. 답십리 엘림퍼스트 전용 52㎡ 호가는 8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답십리 래미안 위브 전용 59㎡는 12억5000만~13억원에 매물이 올라와있다. 실거래가격도 답십리 엘림퍼스트는 6억7000만원(9월), 답십리 래미안 위브는 12억6000만원(9월)으로 차이가 크다.

분양대행업계에 정통한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는 “나홀로 아파트의 경우 홍보관 앞에서 각종 선물을 주면서 호객행위를 한 다음 방문객들의 대상으로 매수자를 찾아주겠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해 청약을 하도록 유도한다”면서 “최근에는 이런 ‘사기분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당첨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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