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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집 사겠단 사람이 없어요"…집값 하락 신호탄?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1.10.18 09:46 수정 2021.10.18 10:50

[땅집고] “이달 들어 확실히 매수 활력이 떨어진 것이 체감된다. 매물이 별로 없긴 하지만 거래도 거의 없고, 매수 문의도 조용하다.”(서초구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담보대출 등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대출 규제를 더욱 조일 예정으로 당분간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전세 거래 감소로 인해 매물이 증가하면 수년간 부풀려진 자산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276건에 그쳤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34건으로, 8월(4178건) 거래량의 56%에 그친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더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101.9를 기록하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띠고 있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사무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현재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매수가 우위이긴 하지만 점점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땅집고]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 / 박상훈 기자


■ 지역 공인중개사들 “매수문의 눈에 띄게 줄어들어”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실제 지난달까지 꾸준히 이어지던 매수 문의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도 그간 신고가를 경신하며 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 주식시장 불안, 정부의 대출 옥죄기 등이 겹치면서 매수자들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라며 “매매 호가가 떨어졌다고 볼 순 없지만 일부 가격 조정이 가능한 물건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쉽게 거래되지 않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최근 고점 대비 2000만원 하락한 매물이 나왔으나 매수세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상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매수자가 은행 대출을 못 받아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문 경우도 있다”며 “이달 들어 계약서를 한 건도 못 썼다”고 말했다.

현재 20억∼21억원을 호가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67㎡(이하 전용면적)도 지난주 19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로 전세를 끼고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들이 많았는데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움직임에 매수자들이 겁을 내고 의사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며 “매물은 다소 늘었는데 거래는 안 된다”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지역 실거래 중 상승·하락 거래 비율 추이./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 제공


이에 따라 실제 가격하락도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비율은 지난달 크게 늘었다. 지난달(1∼26일 신고 기준) 서울에서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35.1%로, 전달인 8월(20.8%)과 비교해 14.3%포인트(p) 늘었다. 아파트값 하락 비중은 5개월 만에 높아진 것이며 올해 들어 월 기준 최고치다.

[땅집고] 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김회재 의원실


■ 전세시장도 위축, 물건은 쌓이지만 호가는 ‘高’

전세 시장도 거래심리가 위축되며 매물이 쌓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입주 7년차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계약 만기가 돌아온 전세 물건이 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 59㎡는 지난달까지 평균 3~4개에 그쳤던 전세 물건이 지난주 들어 10여개로 늘었고, 가격도 8억7000만∼9억원으로 이전에 비해서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다만 단기간 매물이 급증했음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내년에도 전세 수급 불균형이 계속된다고 예상하는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분위기라는 것.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11∼12월에 전세금을 빼줘야 하는 것들이라 집주인들이 다급한 상황"이라면서도 "가격을 더 낮춰버리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최소 4년간 전세금 인상이 묶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사실상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물과 평균 전세 가격./조선DB


■ 전문가들 “매물 급증, 집값 하락 신호탄 될 수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물 증가가 서울 아파트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집값에 이어 전세금까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매물 증감만 놓고 보자면 지금 서울 전세금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게 분명하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전세금에 이어 매매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불안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 대책의 내용에 따라 주택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집값이 7년 연속 오른 데다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거품도 있어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 따라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전세 대출은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관리 목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반대로 담보대출은 더욱 옥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세는 11~12월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면 매물 적체는 풀릴 것으로 보이나 매매 시장은 거래 위축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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