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신혼집으로 오피스텔은 어떤가”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용면적 10~15평짜리 오피스텔에 직접 거주한 후기를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오피스텔 거주를 결정한 A씨는 “서울에서 직장 가까운 아파트는 이미 너무 올라 대출을 아무리 받아도 전·월세조차 어렵다”며 “직장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빌라나 오피스텔을 알아보다가 보안이나 건물 관리가 더 나은 오피스텔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최근 오피스텔 인기 배경에는 신혼부부들이 첫 내 집으로 아파트가 아닌 ‘주거형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아파트와 비슷한 평면을 갖춘 특화 설계로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아파트보다 떨어질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신혼부부는 오피스텔을 보유하더라도 추후 아파트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오피스텔 보유해도 아파트 청약시 ‘무주택자’ 인정

최근 청약시장에서 주거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같은 단지 내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더 비싸게 분양했는데도 평균 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분양한 ‘더샵 일산엘로이’는 1976가구 모집에 3만1238명이 몰렸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진전지구에 공급한 주거형 오피스텔 ‘다산역 데시앙’도 평균 16대1, 최고 328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특별히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이 많지 않은 중산층 신혼부부라면 주거형 오피스텔만한 선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같은 크기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청약 자격이 까다롭지 않고 당첨 확률도 훨씬 높다. 특히 오피스텔을 보유해도 추후 아파트 청약 때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당장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신혼부부가 아파트 무주택 청약 자격을 유지하면서 몇 년 간 살아갈 거처로서 안성맞춤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분양하는 주거형 오피스텔은 2룸, 3룸 등을 갖춰 신혼부부가 사는데 큰 불편이 없다는 평가다. 아파트와 같은 판상형에 ‘ㄷ’자형 또는 아일랜드식 주방, 화장실 2개를 갖춘 오피스텔도 있다. 붙박이 가전·가구가 포함돼 혼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관리인이 아예 없는 빌라와 비교할 때 관리와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안전한 편이다.

■“2~3룸 오피스텔 인기 지속…입지·주거환경 잘 따져야”

건설사들도 최근 아파트 규제를 피해 주거형 오피스텔을 집중 공급하는 추세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분양하는 ‘신독산역 블레어캐슬’은 지상 최고 14층 3동에 126실 규모다.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신독산역뿐만 아니라 지하철1호선 독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다. 맞벌이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주거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이달에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89실 규모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롯데건설은 경기 고양시 화정동에 ‘고양 화정루미니’(242실)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시장을 더욱 옥죄면서 자금 마련이 힘든 신혼부부들이 주거형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피스텔 구입시 주의할 점도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향후 아파트 청약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세금을 낼 때는 주택 수에 포함돼 양도소득세, 취득세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일부 분양권은 전매 제한을 적용받을 수 있어 투자 목적이라면 전매 가능 여부를 잘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예전에는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주거 환경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근 신혼부부가 살기 적합한 중대형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되면서 정주 여건이 좋아졌다”며 “다만 입지가 떨어지는 오피스텔은 수도권이라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주변 임차 수요를 잘 고려해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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