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짓는 3400여 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힐스테이트 더운정’이 다음 달 분양을 앞두고, 파주시와 국방부가 인허가 문제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힐스테이트 더운정’은 파주 운정신도시 P1·P2블록에 지하 5층~지상 49층 13동 총 3413가구(아파트 744가구·오피스텔 2669실) 규모로 짓는다. 경의중앙선 운정역 초역세권에 대형 건설사가 짓는 단지여서 지역 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단지 규모도 커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한 수도권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분양을 코앞에 두고 국방부가 “방공 군사작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파주시가 인허가 단계에서 관할 부대와 협의했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며 돌연 이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단지 인근 황룡산에 대공 방공진지가 있는데, 통상 3㎞ 이내에 높이 131m 이상 건축물이 있으면 군사작전에 문제가 있다고 국방부는 주장한다. 힐스테이트 더운정은 최고 49층, 172m여서 국방부 기준을 넘는다. 운정신도시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2004년까지만 해도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됐고, 파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곳에서 개발 사업을 할 때는 늘 군부대와 협의를 거쳤다.
하지만, 이는 10년 전 상황이다. 2008년 9월 국방부는 운정신도시 일대를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건축물 인허가 때 군부대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졌다. 파주시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운정신도시에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그 사이에 아파트 높이를 두고 군부대와 협의한 적도 없고, 그럴 근거도 없다”며 “국방부가 느닷없이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들어선 운정신도시 아파트는 모두 30층 이하인데, 이는 군부대 협의 조건이 아닌 신도시 지구단위지침에 따른 것이다. 파주시 측은 “국방부가 문제 삼는 ‘힐스테이트 더운정’ 부지의 경우 용적률 600% 제한은 있지만 층수 제한은 없는 특별계획구역이어서 드물게 49층, 172m로 지을 수 있다”고 했다.
파주시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사전 감사 컨설팅도 요청했다. 감사원은 “‘힐스테이트 더운정’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군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2013년 입주한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황룡산 반경 3㎞ 안에 있지만 최고 59층, 230m에 달해 ‘힐스테이트 더운정’보다 50m 더 높다.
파주시 관계자는 “접경 지역인 파주는 수십년간 군사적인 이유로 개발이 제한됐고, 주민들도 이런 피해를 감수하고 살았다”며 “국방부가 지자체가 정상적인 규정을 준수해 진행한 인허가까지 문제 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