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경관 훼손' 김포 장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외 가능성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10.12 03:30
[땅집고]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조선왕릉 '김포 장릉'. 멀리 계양산 사이로 인천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가 보인다. /박기홍 기자


[땅집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김포 장릉’ 인근에 허가없이 아파트가 들어서 논란인 가운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아파트가 철거되지 않는 경우 ‘연속 유산’으로 등록된 전체 조선 왕릉(40기)에서 김포 장릉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조선 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셈이어서 아파트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11일 땅집고 통화에서 “김포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 연속유산 중 하나로 유교 문화권 장례 전통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자연 경관과의 조화를 이룬 독특한 건축 사례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장릉을 배경으로 건설 중인 아파트는 이 같은 유산의 경관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만일 아파트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의 연속 유산 중 장릉을 삭제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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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 보급과 교류를 통해 국가간 협력 증진 목적으로 설립한 국제연합(UN) 전문기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가 각국에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문화 유산과 자연 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왕릉을 비롯해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등 15개가 등록됐다. ‘연속 유산’이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유산들로 구성된 문화 유산이다.

[땅집고]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없이 올라간 아파트를 철거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이상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조선 왕릉의 경우 장릉, 서오릉, 융건릉 등 전국 18곳에 있는 총 40기가 2009년 연속 유산으로 등록됐다. ‘김포 장릉’은 이 중 한 곳으로,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년)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년)의 무덤이다. 문화재법에서는 사적 202호로 관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선왕릉에서 장릉 하나만 제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조선 왕릉은 왕릉 하나 하나가 각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기보다 왕릉 위치가 나름 규칙을 갖고 조성된 점 등이 가치로 인정됐다”면서 “만약 김포 장릉만 제외한다면 도시계획이나 문화재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6일 김포 장릉 인근에 허가 없이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이 건설사들이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이 올라와 현재까지 20만명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땅집고] 2021년 10월 5일 오전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이 만들어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는 3건이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오만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 영국 리버풀 해양무역도시 등이다. 리버풀의 경우 난개발로 경관이 심하게 바뀌면서 지난 7월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해 김포 장릉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유산을 등재한다는 것이 어떤 책임과 의무를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인지, 유산 지역을 개발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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