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상권] SH공사가 공급한 ‘마곡광장 상가’ 완공 2년째 텅텅
[땅집고]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선이 지나는 마곡나루역 북쪽에 오피스텔 건물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보타닉푸르지오시티’, ‘마곡나루역캐슬파크’, ‘힐스테이트에코마곡나루역’ 등 오피스텔 단지 내 1~2층 상가에는 식당과 카페가 빼곡히 입점해 공실이 거의 없었다. 오전 11시 30분쯤 되자 LG전자, 오스템임플란트, 에스앤아이 등 마곡지구 내 입주 기업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일제히 상가로 몰렸다. 점포마다 점심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같은 시간, 마곡나루역 남쪽 마곡광장 상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마곡나루역과 맞붙은 초역세권 입지인데도 상가엔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총 14개 점포 중 절반인 7곳만 문을 열었다. 빈 점포엔 불이 꺼져 있어 상가 전체가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그나마 유일한 식당인 ‘멘무샤’에만 손님이 드문드문 보였다.
마곡광장 상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019년 공급했다. 대지 1만2979㎡에 지하 2층~지상 1층, 연면적 2만1133㎡ 규모다. 지하 1층에만 점포 14개를 배치했는데 완공 2년이 지난 현재 절반이 공실이다. 그나마 현재 운영 중인 점포 7곳 중 2곳은 SH공사의 스마트시티 관련 사무실, 1곳은 스마트팜이다. 마곡나루역 일대에서 유독 ‘마곡광장’ 상가만 텅빈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마곡지구 상가 공급이 과도한 상황에서 마곡광장 상가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코오롱·롯데 등 대기업, 160여개 중소기업이 입주해 상가 입지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가를 지을 수 있는 상업용지와 업무용지를 합하면 전체 면적의 10%에 달해, 입주 초기 상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던 것. 부동산 업계에서 적정 상업용지 비율을 전체 면적의 2% 초반이라고 보는 점을 감안하면 공실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역세권에 아파트나 오피스텔, 기업을 끼고 있는 마곡나루역과 마곡역~발산역 공항대로변 상가는 공실이 하나둘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로 마곡나루역과 붙은 ‘보타닉 푸르지오시티’ 대로변 1층 점포 13개는 꽉찼다. LG사이언스파크와 마곡역이 가까운 ‘마곡GMG타워’ 1층도 점포 한 곳을 제외하면 다 차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공실이 많았지만 기업 입주가 늘어나면서 공실이 점차 해소됐다”고 했다.
하지만 마곡나루역 초역세권인 마곡광장 상가는 지은 지 2년 넘도록 공실 해소 기미가 없다. SH공사는 올 3월 공실 점포 7곳에 대해 입찰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지난달 24일 재입찰했는데, 1곳만 빼고 다시 유찰됐다.
‘마곡광장’ 상가는 지하철역이 가깝지만 다른 상가보다 입지 조건이 크게 떨어진다. 마곡나루역 상가가 밀집한 먹자골목은 기업 사옥과 아파트 사이에 있는데, 마곡광장은 먹자골목 상권과 따로 떨어져 있다. 먹자골목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마곡광장에 갈 수 있지만 동선이 전혀 다르다. 더구나 마곡광장 상가 주변은 미개발 공터여서 유동인구가 접근하지 않는다.
상가가 지하 1층에만 배치돼 가시성과 접근성도 떨어진다. 근처 오피스텔 내 점포는 직사각형인 반면, 마곡광장 상가는 원형이어서 보기는 좋지만 실제 활용도는 낮다는 의견도 있다. 점포당 크기가 420㎡(3호), 208㎡(5호) 등으로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료도 비싸다. 지난달 유찰된 4호 상가의 경우 90㎡ 규모로 월세가 387만원 정도였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보타닉푸르지오시티’ 1층 87.5㎡ 상가가 임대료 300만원, 90.25㎡ 상가가 250만원 등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것보다 높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아직 마곡지구 개발이 다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마곡광장 상가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면서도 “초역세권 입지에 조성한 대형 상가를 2년 넘도록 방치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했다.
SH공사 기획운영부 관계자는 “마곡광장 상가가 계속 유찰이 되는 이유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유 재산이어서 서울시와 상가 활성화 방안을 협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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