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문화재법상 왕릉(王陵)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로 철거 위기에 휩싸였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단지에 대한 법원 처분이 나왔다. 아파트 2곳은 공사를 무기한 중단하게 됐지만, 1곳은 공사를 재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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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왕릉 주변에 지어지고 있는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업지 3곳이 제기한 공사중지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건은 기각, 1건은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대방건설이 짓는 ‘검단신도시 디에트르에듀포레힐’(20층·1417가구)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 인용을, 대광건영의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20층·735가구)과 금성백조의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25층·1249가구)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대방건설은 아파트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된 반면,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이날부터 공사를 무기한 중단하게 됐다.

사업지마다 법원의 결정이 갈린 이유는 재판부가 달라 인용 사유와 기각 사유가 상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법원은 대방건설에 대해서는 문화재 피해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대방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다른 두 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뒤쪽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옥탑 부분 3개소만 보일 뿐, 많은 부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라며 “이미 골조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라 나머지 공정이 진행되더라도 추가적인 경관 침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재판부는 대광건영과 금성백조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피해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 건설사가 공사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수분양자들에게)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즉 수분양자들에게 금전적 보상하고 공사를 중단하라는 얘기다. 이어 재판부는 “건설사(신청인)들이 입게 될 손해는 모두 금전으로 보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대방건설은 아파트 외관 색채나 패턴 등을 장릉과 어울리게 시공하는 등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경해 공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층수(최고 20층)는 변경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건설공사 인허가를 거쳐 2019년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고, 이로부터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골조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도 유관 기관으로부터 그 어떠한 행정지시 또는 명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방건설과 달리 공사를 무기한 중단하게 된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에 항소를 낸 상황이다. 대방건설과 공사 진행도가 비슷한 상황인데, 법원 결정이 다른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2개 건설사는 10월 중 열릴 문화재청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원이 ‘경관 침해 정도’를 기준으로 인용 결정을 내린 반면, 기각 결정은 ‘보상 수준’을 기준으로 삼은 점이 의아하다”며 “각기 재판부마다 논리와 결정이 달라 업계에서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6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3곳(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을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문화재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인 ‘김포 장릉’이다.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년)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년)의 무덤으로 사적 202호다.

철거 위기에 놓인 검단신도시 3개 아파트 현장은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진퇴양난…완공 직전 검단 아파트 3000가구 다 부술 위기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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