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많은 무덤이 자리잡고 있는데, 더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인천 검단신도시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신도시 한쪽에 자리잡은 대규모 공동묘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동묘지는 과거 주거지와 먼 곳에 있었지만 최근 신도시 조성으로 아파트와 묘지가 바로 이웃해 들어서게 됐다. 공동묘지 면적은 신도시 전체 면적의 15%에 달한다. 검단신도시 일대 새 아파트 상당수는 거실 창문을 열면 이른바 ‘무덤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공동묘지는 인천 서구 당하동 산 178-1일대로 총 62만7000여㎡(약 19만평)다. 검단신도시 부지 중앙부터 남쪽 끝까지 길쭉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가, 검단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인 드림로를 끼고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묘지는 총 5만여기다. ▲천주교회 2만여기 ▲황해도민회 4489기 ▲인천지구교회 3300여기 등 7개 단체와 5개 문중 무덤 2만3000여기, 무연고 무덤 등이다.
당초 검단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시, 인천도시공사는 공동묘지를 옮기기 어려운만큼, 신도시 개발에 앞서 이 지역을 공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0년 공동묘지를 포함한 부지에 녹지를 포함하는 묘지공원 겸 체육공원을 짓는 ‘검단묘지공원’ 기본계획을 2010년 수립했고 2013년 사업화방안 수립 용역도 실시했다.
하지만 검단묘지공원 조성 사업은 10여년 가까이 진척이 없다가 지난해 3월 구역 해제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묘지가 법인 및 개인 사유지인 만큼 소유주 상대로 보상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오래된 공동묘지여서 소유주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락이 닿더라도 소유주가 매도를 원하지 않거나, 통상 한 기당 300만원쯤 하는 보상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원해 타협이 불가능한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 때문에 무덤 5만여기가 지금까지도 별 다른 정비계획 없이 방치돼 있다.
공동묘지 문제는 검단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집단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단신도시는 올 6월 ‘호반써밋인천검단1차’(1168가구), 7월 ‘검단금호어울림센트럴’(1452가구)을 시작으로 7만5000여가구가 줄줄이 입주할 예정인데, 일부 단지에서 거실창으로 ‘무덤뷰’가 보일 전망이다.
주민들은 부지 한가운데 있는 대규모 공동묘지가 있다는 걸 아예 몰랐거나, 인천시 계획대로 공원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입주한 경우가 있다. 백진기 검단주민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공동묘지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고, 지난해 4월에는 인천시와 인천 서구청에 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답변을 못 받았다”고 했다.
인천시는 검단묘지공원 사업이 한 번 좌초된 만큼 대규모 공동묘지 부지를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종중묘의 경우 대다수 소유주가 시에 부지를 넘기는데 부정적이며, 부지 매입 비용 및 공원화 사업비를 대기에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 인천시 서구청 관계자는 “그나마 천주교회에서는 사제묘지구역 일부만 남겨두고 기존 묘지는 봉안당으로 이전해 공원화 사업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 2월 봉안당 설치신고 및 건축허가 신고를 냈는데, 도로가 없어 착공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천주교회가 공익을 위한 작업인 만큼 시에 도로 확보에 대한 협조를 요구해, 10월 중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태준 검단신도시스마트시티총연합회 회장은 “현재 공동묘지가 과거에는 인천시 변두리였겠지만, 검단신도시가 개발된 지금은 도심 입지로 바뀌었다 묘지가 서울과 검단신도시를 잇는 중요한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지역 발전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인천시가 재정난을 문제삼으며 별다른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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