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3대 흉가’,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돋는 곳’, ‘공포 체험의 성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곤지암정신병원’을 수식하는 말이다. 정식 명칭은 ‘남양신경정신병원’. 1997년 돌연 문을 닫은 뒤 20년 넘게 야산 속 폐건물로 버려졌다. 당시 병원장이 귀신에게 홀려 스스로에게 마취제를 놓아 자살한 후, 환자가 하나둘 죽어나갔다는 괴담이 돌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흉물이 됐다. 2018년에는 이 건물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곤지암정신병원은 부지가 매각된 후 건물은 완전히 철거됐고, 새 주인이 이곳에 물류창고를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각종 괴담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곤지암정신병원과 관련한 괴담의 실체와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곤지암정신병원은 1982년 홍모씨가 세웠다. 부지 1만1028㎡(약 3335평)에 지상 3층, 연면적 1795㎡ 규모였다. 1990년대에는 연면적 500㎡ 건물 2동을 증설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양호했다. 하지만 당시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일정 규모 이상 시설은 자체 하수처리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상수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병원 운영이 어려워졌다. 곤지암정신병원의 경우 200병상이 넘는데, 이에 맞게 정화조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홍씨는 하수처리시설 설치 비용을 두고 지자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중 1997년 노환으로 사망했다. 결국 같은 해 병원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홍씨 사망 후 두 자녀가 곤지암정신병원과 부속 토지를 각각 50% 지분으로 증여받았다. 그러다가 이들이 2000년대 초 미국으로 이사가면서 건물이 방치됐다. 폐병원에 대한 괴담이 퍼지면서 비행 청소년이나 흉가체험단 방문이 잦아지자 매각도 어려웠다. 두 자녀는 재산 보호 차원에서 한국을 찾아 출입구에 펜스를 설치하고, CCTV를 달기도 했지만 2018년 이 건물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병원에 무단침입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건물 소유주는 2018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영화 때문에 막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부지에 대한 매각 논의가 되고 있었는데, (건물이) 영화의 배경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약이 파기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명예와 신용 훼손이 우려된다는 소유주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데다가, 해당 부동산의 객관적 활용가치가 영화 상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곤지암정신병원은 2018년 5월 철거됐다. 대법원 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4월 병원 전체 부지가 49억9077만원에 매각됐다. 당시 공시지가가 ㎡당 24만81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공시가의 약 1.8배에 팔린 것이다. 같은 달 지분거래가 총 3회에 걸쳐 이뤄지면서 현재 소유권은 김모씨 50%, 윤모씨 25%, 황모씨 25% 지분으로 등기된 상태다. 올해 공시가격은 25만29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새 주인을 찾은 곤지암정신병원이 공포테마파크로 개발될 것이란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 주인들은 이곳을 공장이나 물류창고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재 풀이 무성한 부지에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섰는데, ‘제조장·물류(창고)상담, 분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곤지암읍 일대에는 물류센터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곤지암은 자동차를 타면 강남까지 3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서울 접근성이 양호해 물류창고로 개발하기 좋은 입지란 평가다. CJ대한통운, CU, 쿠팡 등 대기업도 곤지암읍에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 사이에선 “우리나라에선 귀신도 부동산 개발을 못 이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곤지암정신병원 부지를 물류창고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땅집고 스마트 물류부동산 개발과정에 참여한 강사 A씨는 “곤지암에 대형 유통사들이 줄줄이 진출하면서 물류창고가 포화 상태다. 지자체에서 난개발을 우려해 인허가도 잘 안내주고, 인력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곤지암정신병원 부지가 3300여평인데, 제대로 된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최소 1만평 정도는 돼야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물류창고 정도나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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